여야의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는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간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두 사람은 포항 북 선거구와 함께 6월께 실시될 충남 예산 재선거를 앞두고
29일 예산 현지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예산은 자민련 조종석 의원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유죄확정 판결을 받음에 따라 조의원이 "연좌제" 조항에 걸려 당선무효가
되면서 재선거를 치르게 된 경우.

이대표는 이곳에 선영이 있는데다 지난 4.11총선 당시에도 선거대책위의장
으로서 선거일 직전까지 지원유세에 나서는 등 각별한 관심을 쏟은 바 있고
대표취임후 첫 선거라는 점에서 이번 선거에 적잖이 신경을 쓰는 눈치다.

반면 충청권이 텃밭인 김총재는 지난 총선때보다 더 큰 표차로 신한국당
후보를 눌러 민심의 현주소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두사람은 이날 예산 충의사에서 열린 윤봉길 의사 의거 65주년 기념 매헌
문화제 행사장에서 만나 연설로 맞붙었다.

이대표는 "지역갈등을 청산하지 못하면 사회통합도 어렵고 통일도 어렵다"
면서 "정치지도자들이 지역주의를 청산하기 위해 중요한 결단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며 야당의 두 김총재 퇴진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또 "고비용 정치구조가 지역주의와 함께 정치발전의 발목을 묶는
족쇄가 되고 있다"며 "구시대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선진형 정치를
실현하자"고 강조했다.

이에대해 김총재는 "다른 나라들이 모두 부러워하던 나라가 이제는 아이가
태어나도 2백만원의 빚을 지고 태어난다는 빚더미 나라가 됐다"며 "나라가
이 지경인데 반성하는 말한마디도 없이 어디와서 큰소리를 치느냐"고 이대표
에 ''직격탄''을 쏘았다.

그는 이어 "나라를 살리려면 신한국당은 정권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면서 "올 연말에는 반드시 여야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총재측은 논평을 통해서도 이대표에 대한 비난포문을 열었다.

김총재측은 "이대표가 충청도 흙을 밟은 것은 중학시절 1년뿐"이라며
"선대에 예산으로 낙향했다는데 충청도는 누구나 이웃으로 받아들이지만
아무나 고향사람으로 치지는 않는다"고 이대표의 정치적 "무연고"를
부각시켰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