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25일 김현철씨 청문회가 한보정국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여론의 향방을 주시하고 있다.

김씨의 답변내용이나 증언태도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청문회이후의 정국추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이날 현철씨의 차분한 증언태도에 안도하는 표정을
보였으나 행여나 감정에 격해 돌발행동을 하지 않을까 마음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이날 김씨의 청문회를 시청하지 않고 외부인사와 비공개
오찬을 한데 이어 오후에는 고건총리로부터 보고를 받는 등 통상적인 업무를
계속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최근 청문회 중계방송을 전혀
시청하지 않고 있다"고 전하고 "더구나 아들인 현철씨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가슴이 찢어지는듯 하겠지만 지난 2월25일
대국민담화이후 현철씨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한 적이 없다"며 "당시 언급한
대로 비리가 있을 경우 사법처리한다는 김대통령의 의지는 한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김대통령은 이제 현철씨에 대해 모든 것을 결심하고 법에
따라 처리되기를 바라고 있다"며 "아주 담담한 심경인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성역없이 수사하라는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이 들어있다"고
덧붙였다.

손명순여사도 이날 TV를 시청하지 않고 평소와 다름없이 관저에서 갓 돌을
지난 외손녀의 재롱을 지켜보며 마음을 달랬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손여사가 최근 들어서는 의외로 담대하다"며 "김대통령이
마음을 정하는대로 따라가려는듯 아랫사람들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어머니로서 그 아픈 심정이 어떻겠느냐"며 "겉으로
내색하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쓰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손여사가 현철씨문제를 포함해 모든 문제에 대해 말수가
적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다고 말씀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청문회와 검찰수사가 이달중으로 마무리되고 다음달부터는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가능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한보사태와 현철씨의 국정개입의혹, 92년 대선자금시비 등에서
벗어나 경제살리기와 남북문제 등 주요국정현안에 대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한보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고비용정치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정치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데도 이견이 없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4월중 검찰수사까지 모두 종결한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상당수 변수가 남아있어 예상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 최완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