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

"죄없는 사람이 왜 청문회에 나왔나"

헌정사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국회청문회 증언대에 선 25일
대부분의 시민들이 여야의원들과 증인인 김현철씨 양쪽에 내뱉은 말이다.

상당수의 여당의원들은 이날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을 열거한뒤
"아니다"는 간단한 답변만 듣고는 신문을 마치는 등 "의혹 줄이기"에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야당의원들도 변죽만 울리거나 확실하지도 않은 설만 나열, 제대로
추궁하지도 않은채 의혹만 증폭시켰다는 비난이 일었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증인의 신분 때문에 "뒤"를 염려해서인지 또는
정보부족 탓인지 모르지만 이날의 청문회는 "실체적 진실규명"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증인의 사생활과 관련한 "점잖치 못한" 부분들이 상당부분
거론되는가 하면 아예 "아니오"라는 답변을 전제로 "훈계"나 "시간 죽이기"
식 질문을 던지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의원들이 오후들어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듯 했지만 여전히 기대에는 미흡했다.

민감한 사안에 대해 쉽게 부인으로 일관한 김현철씨에 대해서도 비난이
일기는 마찬가지다.

검찰조사로 의혹 일부가 확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답변은 진실성이 결여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다만 "사법처리는 검찰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만 그는 인사개입을 일부 시인하면서 "물의를 빚게 되어 죄송하며
참담한 심정으로 자책하고 있다"며 몇번이나 눈물을 흘려 다소의 "동정"은
받았을지 모른다.

이날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대외비" 참고자료 때문에 "김현철 비호"
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신한국당이나 이를 근거로 "청문회 무용론"을
제기해온 야당 모두 결과적으로는 "오십보 백보"라는 지적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

박정호 < 정치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