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열린 국회한보국정조사특위에서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김현철씨에게 주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해왔는지의 여부와 그 정보
를 통해 현철씨가 어떤 방식으로 국정에 관여했는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김씨가 안기부 재직 당시 청와대로 직보하는 안기부
기밀문서 사본을 빼내 현철씨에게 정기적으로 제공했는지 여부와 안기부
예비비를 전용, 현철씨의 사조직에 뒷돈을 대줬는지 등을 파고 들었다.

의원들은 이와함께 김씨의 개인휴대통신 사업및 지역 민방사업자 선정 개입
등 이권개입 의혹과 비자금 조성관여 여부, 안기부내 인사압력 여부, 면직
배경 등에 대해서도 추궁했다.

김기섭씨는 그러나 이날 자신과 관련된 이런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부인
했다.

그는 자신이 현철씨에게 정보를 제공한 적도 없으며 안기부에서 어떠한
월권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전차장은 현철씨와의 관계에 대해 "93년 안기부 운영차장에 임명된 이후
현철씨를 한달 내지 두달에 한번정도 만났다"며 "그러나 주로 상도동사람들과
함께 만났고 단둘이 만났을 때도 어떠한 정보도 제공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차장은 "나는 정보계통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안기부 정보에 접근할
수가 없었다"며 "자체적인 정보망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전차장은 안기부 예산을 현철씨 지원금으로 전용했다는 의혹과 관련,
"94년 6월이후 국회정보위가 생겨 안기부 예산을 심의했으며 감찰실에서도
감사를 하고 있다"며 "예산 전용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차장은 또 신라호텔 647호에서 현철씨, 오정소 전 안기부 차장 등과
만났다는 박경식 G클리닉 원장의 증언과 관련, "문민정부 출범이후 박원장을
만난 적이 없다"며 "박원장을 위증죄로 고발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차장은 김영삼 대통령과 만나게된 경위에 대해 "지난 86년 김덕룡
의원의 소개로 김대통령을 처음 만났고 90년 3당 합당후 자진해 상도동캠프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전차장은 또 안기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안기부 인사는
인사위원회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인이 개입할수 없다"며 의혹을 부인
했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