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G클리닉원장 박경식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킨 한보국정조사특위에서는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의혹이 상당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박씨는 이날 청문회에서 그동안 출석한 다른 증인들과는 달리 김현철의
국정개입의혹을 비교적 상세하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진술했다.

박씨는 현철씨가 4.11총선에 관여하고 각종 인사에 개입하는등 국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뿐만아니라 자신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먼저 박씨는 현철씨가 정치인들의 관직및 당직 임명에 개입한 사실을
증언했다.

박씨는 "현철씨가 이홍구 총리및 신한국당 김철 대변인의 임명사실을 하루
전날 미리 자신에게 말해주었다"고 밝혔다.

또 4.11총선 직전, 자신의 형인 박경재 변호사에게 공천을 제안했을 뿐만
아니라 한이헌 당시 경제수석의 경우 해운대구에 출마키로 되어 있었으나
현철씨를 만난후 자신의 고향인 부산 강서구에 출마할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현철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오정소씨에 대해 "96년 2월말 신라호텔에서
현철씨 김기섭씨 등과 오씨를 함께 만났다"며 "당시 현철씨가 오씨에게
"열심히 하라"고 하자 오씨가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 만남이 있은 후 이틀후에 오씨가 안기부2차장에 임명됐다는
사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보고 그 사람이 오정소씨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특히 박씨는 현철씨가 국정에 개입했느냐는 거듭된 질문에 대해 "정치를
하는 의원들이 더 잘 알 것 아니냐"고 반문, 현철씨의 국정개입에 확신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박씨는 또 현철씨가 처음에는 아버님을 돕겠다는 순수한 뜻으로 정치에
참여했으나 뒤에는 자신이 직접 국회의원에 출마를 고려했었다고 밝혔다.

그는 "현철씨가 30~40대 사람들과 광범위하게 친교를 맺은 것도 단지 당시의
대선만이 목적이 아니다"며 "대통령의 아들이 정치에 참여하려는 뜻을 가진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씨는 현철씨와 정보근 한보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현철씨가 이성호
전 대호건설사장에게 전화걸어 박태중씨와 술자리를 만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증언했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