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의 정보가치는 얼마나 될까.

황씨의 정보가치는 그가 북한내 최고권력층이자 정치.사상적인 거물이라는
점에서 최근 북한체제 붕괴가능성과 맞물려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 등
주변국에도 높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황씨가 김일성 김정일 2대에 걸쳐 인간적.정치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만큼 베일에 가려진 북한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김정일의 두번째 처인 김혜숙을 중매했고 황씨의 처 박승옥도 한때
김정일의 어린 시절 가정교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정일이 73년 9월 노동당 중앙위 제5기 7차회의에서 김일성의 후계자로
선출된후 김정일 후계체제를 굳히고 "제왕학"을 가르친 장본인이다.

이에 따라 황씨는 김정일의 결혼내력을 포함한 인격형성과정 등에 대한
내밀한 내용등을 비롯해 김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가장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북한 권력내부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김정일이 김일성사망 3년이 다 가도록 권력승계를 않고 있는 이유
<>북한권력내에서 군부가 차지하는 비중 <>북한 권부내 정책결정과정
<>북한의 핵무기 개발여부 <>김일성의 정확한 사망경위 등 각종 의문점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황씨와 함께 망명한 김덕홍 전 여광무역총사장의 정보가치도 관심사중
하나다.

여광무역연합총회사는 벌목공 등 북한의 대 러시아 인력송출을 담당하는
기구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의 해외인력송출 운용실태를 비롯해 북한의 대외무역활동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김씨가 과거 노동당 중앙위 자료연구실 부실장 등을 지낸 만큼 노동당의
운영실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남한내 친북인사의 명단, 즉 "황장엽
리스트"의 존재 가능성에 대해서는 황씨가 대남공작정치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정부당국자들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 이건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