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7일 12.12와 5.18사건의 상고심에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유죄를 확정함에 따라 이들을 포함한 관련자들의 사면문제가
정치권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야는 특히 현재의 한보정국은 물론 오는 12월 대선전략과 연계해 이
문제에 접근할 것으로 관측돼 전.노씨 사면문제는 향후 정국의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아직 두 사람의 사면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신한국당과 자민련은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사면에 긍정적인 반면
국민회의측은 관망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여권 핵심부는 김영삼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국민
통합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문제에 긍정적
으로 대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관련, 청와대는 한보정국이 수습된 이후인 오는 5월 중순 김대통령이
국정전반에 대한 쇄신책을 밝히면서 전.노씨의 사면문제를 언급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김대통령이 사면과 관련해 결단을 내리더라도
5월14일의 석가탄신일 보다는 다소 시기를 늦춰 8.15 광복절이나, 차기
대통령선거(12월18일) 전 적절한 시점, 또는 대선직후 등에 단행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보고 있다.

신한국당은 사면문제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으나 국민대화합차원에서 전.노씨 사면의 필요성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이회창 대표는 "내가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굉장히 고민스럽다"면서도
"우선은 화합과 단결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해 사실상 사면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있는 듯한 눈치다.

이대표측은 그러나 "이대표의 화합 필요성 언급이 두 전직대통령을 염두에
둔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선에 나설 차기주자로서 섣불리 입장을 밝히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김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한동 상임고문은 사면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몇차례 밝힌
반면 박찬종 이홍구 상임고문 등은 아직 사면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보사태로 인한 정치적 혼란상을 극복하고 경제적 난국을 극복하는데
국가적으로 총력을 쏟을 때이며 전.노씨의 사면문제는 추후 국민여론을
수렴해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국민회의는 본인들의 반성여부와 국민정서라는 두가지 기준을 놓고 볼때
사면논의는 다소 성급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회의 의원들 사이에는 그러나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못하고 있지만
"불행했던 역사"의 청산 차원에서 굳이 사면에 반대하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당초부터 전.노씨를 처벌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반대했던 자민련은
기왕에 법적 처리가 마무리된 이상 하루빨리 정치적 해결 즉 대통령의
사면이 단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