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차기 대통령후보를 선출할 전당대회를 오는 7월10일 개최키로 잠정
결정한데 대해 이한동 박찬종 고문 등 신한국당내 "비주류" 대선예비주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특히 당내 의견수렴절차를 거쳐 전당대회 일자를 다시 확정해야 할
것이라며 비주류 주자간 연대모임을 계획하고 있는 등 집단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여권이 전대시기를 놓고 내홍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고문과 박고문측은 17일 "지금은 한보사태를 수습하고 경제위기를 극복
하는데 매진해야 할 시점"이라면서 "당헌.당규를 전향적으로 개정한뒤 전당
대회를 열어도 늦지 않은 만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7.10 전대"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두 고문측은 또 "대선후보경선 관리위원회가 구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더군다나 대선주자들의 의견을 감안하지 않은채 전대시기가 결정되는 것은
있을수 없는 일"이라며 당내 공론화과정을 거쳐 전대시기를 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홍구 이수성 고문 등 영입파 대선예비주자 진영도 "대의원 접촉할 시간은
줘야 하지 않느냐"며 전대시기가 너무 빠르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런 만큼 신한국당내에서 현재 7.10 전대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쪽은 이회창 대표측 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조기전대 반대론을 펴고 있는 대선주자군이 조기 전대 소집은 이대표에게만
유리한 일정이라고 불만을 표시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이들은 7.10 전대를 강행할 경우 이대표가 대표직을 대선후보경선에 이용
하지 않겠다던 약속을 저버리는 것이라는 얘기를 서슴치 않고 있다.

한보청문회와 김현철씨 처리문제 등으로 그동안 다른 대선예비주자들이
경선대비활동을 자제해온 상황에서 사태가 마무리되자마자 7월초에 전대를
소집, 후보를 선출하자는 것은 "대표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이대표측이
다른 주자들의 발을 묶어놓은 상태에서 대세 굳히기에 들어가려는 의도나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이대표진영을 제외한 대선주자군은 전대 소집시기를 좀더 늦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회의(5월19일)와 자민련(6월24일)의 전대시기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은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한보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는
상황을 감안해볼때 대권운운해가며 경선규정 등을 마련하는데 샅바싸움으로
일관할 경우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은 야권의 후보 선출시기에 관계없이 후보선출시기는 8월말정도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신한국당 박관용 사무총장은 "후보확정시기 등 정치일정은 당무를
집행하는 곳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비주류측의 공론화 요구를 일축했다.

박총장은 "이달말까지 경선관리위원회 발족시기와 후보선출 전당대회 시기를
포함한 정치일정을 확정,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대표측은 전대시기에 대해 딱부러진 답변을 하지 않고 있으나 박총장의
언급에 공감하는 눈치다.

경선일정을 조속히 가시화해 예측가능한 정치가 되도록 해야한다는 얘기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대표측은 "공정한 경선을 위해 경선문제엔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게
이대표의 입장이며, 또 이대표가 경선과 관련한 일체의 일은 박총장에게
맡기지 않았냐"며 7.10 전대 결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대표진영은 그러나 "너무 늦지도 빠르지도 않는 시점에 후보를 선출하면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내심 조기 전대를 통한 이대표 후보
확정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