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국정조사특위의 구치소 청문회 마지막 날인 15일의 핵심증인은
40년지기로 알려진 신한국당 정재철의원과 국민회의 권노갑의원이었다.

특위는 전날 한보사건 3차공판에서 돈을 주고 받은 시점을 놓고 설전을
벌였던 두 위원을 차례로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시켜 두 사람간에 돈이
오간시점과 경위를 집중 추궁했다.

초점이 된 부분은 정의원이 정태수 한보총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받아
권의원에게 건네준 시점이 국정감사 직전인 10월초인지, 국정감사가 끝난
시점인 12월인지 여부였다.

권의원이 96년 10월초 국감직전인 평일에 정의원을 통해 정태수 한보총회장
으로부터 1억원을 받은 돈가방을 전달받았고 그후 2~3일 뒤 열쇠를 받았다는
것이 검찰이 제시한 뇌물죄의 핵심 혐의이다.

돈이 오간 시점이 어느쪽으로 판명나느냐에 따라 권의원의 금품수수가
뇌물인지, 단순한 정치자금인지가 가려지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의 질의는
이 문제에 집중됐다.

정의원은 그간 검찰조사와 재판과정에서 "정총회장으로 부터 국감을 앞두고
한보 대출관련 자료를 요구한 이른바 국민회의 "재경위 4인방"의 질의무마용
으로 돈을 받아 권의원에게 4인방 명단과 함께 전달했다"고 진술해왔다.

그러나 권의원은 국감종료 훨씬뒤 경북도지구당 개편대회를 1주일 정도
앞둔 12월 6~7일경 돈을 받았고 정의원이 순수한 차원에서 후배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으로 알고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국민회의 김원길 이상수 김민석의원등 야당 재경위 소속의원들은
자신들이 권의원의 로비대상에 올라 세간의 의혹을 받고 있는 만큼 "명예
회복" 차원에서 돈전달 시점과 자금의 로비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특히 김민석의원은 정의원이 지난 2월19일 기소 이후 5~6차례 추가로
검찰조사를 받았다"며 "법정에 제출된 수사기록에는 3월4일자 진술조서만
있는데 나머지 조사때는 무엇을 했냐"고 추궁, 검찰과 정의원과의 모종의
거래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검찰조사에서 "정총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것이 휴일일지도
모른다" "장소는 국감장이다" "의원휴게실일 수도 있다"등 말을 바꾸다
재판장의 경고까지 받기도 했던 정재철의원은 이날 비교적 또박또박하게
당시의 정황을 설명했다.

정의원은 당시 국정감사를 앞두고 총회장이 "회사직원을 보내도 안되니
빨리 권의원에게 부탁해 달라"고 해 다음 날 하얏트 호텔 로비에서 정회장이
적어준 국민회의의원 명단이 적힌 쪽지를 건네주었다"고 말했다.

정의원은 "권의원이 "형님을 봐서 해주겠다"고 말했다"며 당시 전달한
1억원이 명백한 뇌물성 자금임을 시인했다.

그러나 그는 "정확한 날짜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국당 의원들은 공세적 차원에서 정의원이 지난해 10월 권의원에게
1억원을 건네면서 국민회의 재경위원들을 상대로 로비청탁을 했는지를 확인
하고 나섰다.

신한국당 의원들은 또 김대중총재가 과연 권의원의 금품수수사실 여부를
알고 있었는지에 관심을 보였다.

맹형규의원은 "95년 10월에도 정태수씨가 당시 국민회의 박태영의원의
자료제출 문제로 증인과 상의하지 않았느냐"고 질의, 정씨가 야당의원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했는지의 여부를 집중 추궁했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