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보청문회 정보근 한보회장은 14일 김현철씨와의 관계에 대해,
"지난 94년 한 차례 만났을 뿐, 잘 알지 못한다"며 김씨와의 친분설을
부인했다.

정회장은 이날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한보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 "지난 94년 청와대 민원비서실에 근무하는 오세철씨를 통해 김씨를
만나 롯데호텔 중국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며 "그러나 사업 얘기는 일체
없었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이어 지난 "95년 12월초 아버지가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된
상황에서 청와대를 방문, 당시 홍인길 총무수석에게 은행대출과 정태수씨의
보석을 부탁했다"며 홍수석에게 청탁한 사실을 시인했다.

정회장은 그러나 "당시 홍수석의 소개로 한이헌 경제수석을 만났으나
거북해하는 것 같아 잠시 인사만 하고 나왔다"고 증언했다.

정회장은 또 자신이 재벌 2세들의 모임인 "경영연구회" 회원인 것은
사실이나 "경영연구회에서 김씨를 본적도 없다"며 "김현철씨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에 방문한 사실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정회장은 한보철강에 대한 구체적인 자금조달과 운영, 비자금조성 등에
대해, "경영수업 차원에서 배우는 과정에 있었는데다, 자금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업무를 취급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국민회의 김원길 의원은 "문민정부 초기 한보관계자들이
집권세력을 팔고 다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한보에 주의조치를 한 사실이
있다"며 "당시 청와대에서 내사에 나섰으나 홍인길 총무수석이 한보의 대선
자금제공을 이유로 내사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정회장은 "청와대로부터 그와 같은 이유로 주의조치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