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상현 지도위의장, 자민련 김용환 사무총장등 야당 실세급
중진의원들에 대한 소환을 시작으로 검찰의 정치인 수사가 본궤도에 올랐다.

이들에 대한 수사내용과 결과가 앞으로 진행될 정치인 수사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더구나 검찰이 소환정치인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는데도 일부 의원들이
스스로 금품수수 사실을 털어놓는등 검찰의 정치인 수사는 선언 그 자체로도
이미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아직 소환이 확정되지 않은 국민회의 김경재의원과 민주당 이중재의원도
11일 한보로부터 정치자금과 치료비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돈을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가 검찰조사에서 밝혀질 경우 정치인
에게 생명과도 같은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 이전에 검찰수사의 김을 빼놓겠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자금수수설을 강력히 부인하던 김상현 의원도 출두전에 "지난해 10월
이용남 당시 한보철강 사장으로 5천만원을 받았다"며 금품수수 사실을 시인
했다.

그러나 정작 김의원에 쏠린 의혹의 핵심은 신한국당 최형우고문과의
커넥션.

김의원은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정태수 총회장은 한보그룹에 대한 국정
감사 무마명목으로 1억원이상을 김의원에게 전달하고 지난 4.11총선 직전에도
최고문을 통해 6천만원을 줬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환 의원은 어떤 명목으로든 돈을 받은 적이 없으며 정총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며 강경하게 자금수수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이미 정총회장과 정보근회장등을 불러 1차조사과정에서
나온 정치인의 명단과 돈의 액수, 구체적인 전달방법등 세부적인 사항까지
치밀하게 추궁해 자료를 확보해 놓은 만큼 속타는 정치권에 비해 상당히
여유가 있는 것같다.

특히 수뢰혐의로 구속기소된 홍인길의원등을 전날 재소환해 정총회장의
뇌물 전달수법및 장소, 구체적인 청탁방법등 로비수법을 낱낱이 캐물으며
빈틈없는 신문전략까지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치인들이 저마다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돈을 준 시점과
액수에 따라선 뇌물죄로 기소할 수 있다는 판단아래 정치인들이 받은 돈의
액수를 규명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검찰의 수사태도에 비춰 앞으로 소환될 정치인에 대한 신문 역시
사법처리와는 무관하게 강도높게 진행될 전망이다.

더구나 검찰이 정치권수사를 흐지부지 넘어갈 경우 이미 추락한 검찰의
위상을 회복할 길이 없다는 검찰내부 사정도 정치권수사의 강도를 가늠케
해준다.

검찰관계자는 "비록 사법처리가 여의치 않더라도 정치권의 요구대로 단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내지는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정치권 수사는 조사후 일괄처리 방침을 밝힌 검찰과 정치권이 최종
사법처리기준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팽팽한
긴장감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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