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이회창 대표는 10일 여의도 당사로 권오기 통일부총리를 비롯,
강운태 내무 유종하 외무 김동진 국방장관 등 안보 관계장관을 불러 당정
협의를 가졌다.

당측에서는 김중위 정책위의장 정재문 국회통일외무위원장 김영구 국방
위원장 이택석 내무위원장 김영일 제1정조위원장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얼핏 보기에는 흔이 있을수 있는 일로 치부될수 있지만 고위
당정회의 형식이 아닌 당대표가 단독 주재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점이 매우
이례적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회의는 제1차 안보대책회의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이 자리에서는 물론 최근 식량난 등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북한내부 동향을
중심으로 안보태세를 점검하는 한편 대북정책에 대해 참석자들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일각에서는 이대표가 국정의 상당부분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홍보용"으로 이날 회의가 소집된게 아니겠느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이를 의식한듯 이대표측은 오후 늦게 안보당정회의로 명칭을 바꾸기는 했다.

이대표측은 청와대 주례보고를 "청와대 주례회동"으로, 또 현정부 출범이후
고위당정회의가 무수히 열렸음에도 이대표 취임후 첫회의를 "제1차 고위당정
회의"로 발표했다가 수정하는 해프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취임 한달에 즈음한 기자회견도 5일이나 당겨서 갖는 등 언론쪽에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이날 회의도 그 연장선장에서 비쳐진 것으로 볼수 있다.

어쨋든 이대표측은 "이날 회의소집"을 통해 주요 정책의 결정과정에 이대표
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대표는 당내 의견수렴을 위해 "대표와의 대화"를 지역별로 가질 예정으로
있어 앞으로도 굵직한 지역현안을 놓고 관계장관들을 불러모아 회의를 주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대표는 지난 8일 회견에서도 "당 우위"를 강조하면서 국정운영에 동참자
로서 또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바 있어 향후 행보의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