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정태수 총회장이 증언대에 서는 것을 시작으로 한보청문회의 막이
오른다.

한보청문회는 이날부터 25일간 서울구치소와 국회를 무대로 대통령의 차남
한보그룹 총수부자 전직 장관및 청와대경제수석 국회의원 전.현직은행장 등
41명의 "힘있는자" "가진자"를 줄줄이 증언대에 세워 한보사태의 진상을
파헤치게 된다.

TV로 생중계되는 이번 청문회는 이같은 초호화 "출연진"과 미스터리에
싸인 한보의혹의 전말, 증인들의 폭발성 발언 가능성 등 드라마적 요소가
혼합돼 있어 국민의 눈과 귀를 붙들어 놓을 것으로 보인다.

청문회는 크게 권력과 한보간의 관계를 집중조명하는 1부와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의혹을 파헤칠 2부로 나눠볼 수 있다.

구치소 청문회인 1부에서는 7일 한보그룹 정총회장을 시작으로 8일 손홍균
전서울은행장 김종국 한보재정본부장, 9일 이철수 전제일은행장, 11일
신광식 전제일은행장 우찬목 전조흥은행장, 12일 홍인길 의원, 14일 정재철
황병태 권노갑 의원 김우석 전건설부장관, 15일 정보근 한보회장 등 12명이
차례로 나선다.

이어 이달말까지 진행될 2부에서는 김현철씨(25일)와 박태중씨(23일)
김기섭 전안기부운영차장(24일) 이석채 전청와대경제수석(19일)등 측근세력
이 핵심증인으로 증언대에 선다.

정부자의 입을 열어 이른바 "정태수리스트"와 대선자금진상을 밝혀낼
것인가와 홍인길의원이 돌출발언을 할지가 1부의 관심사라면 김현철씨의
인사 및 이권개입등 각종 국정개입 의혹을 얼마나 규명하느냐는 2부의
테마이다.

특히 한보철강 건설과정의 인.허가 자금대출 부도원인 자금유용 및 사용처
등 한보비리의혹 전모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정총회장의 입에서 돈을 받은
정치인 등의 이름이 흘러나오는 순간 청문회는 정치권의 빅뱅을 유발할
화약고로 돌변하리라는 관측이다.

김현철씨에 대해서는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설, 당진제철소방문설을 중심
으로 한 한보와의 관계를 비롯 한보철강이 발행한 전환사채소유여부, 주가
조작의혹, 정부요직, 총선공천, 당직인선, 방송사 등의 인사개입, 안기부와
청와대 비서실 등으로부터의 정보보고와 대북정책개입의혹, 이권개입, 대선
자금모금 등에 대한 신문이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하지만 여야가 최근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초당적 협력을 하고 있고 야당의
기세도 한보사건 초기와는 달리 상당히 누구러진 상태여서 각종 의혹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증인들은 변호인을 대동하고 청문회에 나올 수 있어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교묘히 비켜갈 수 있는 여지가 많아 의원들의 질의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적잖다.

여기에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가 오는 18일께 입국하게 되면 후반청문회는
"황장엽태풍"에 밀려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청문회가 성과없이 국민들의 의혹만 증폭시키며 진행될 경우 청문회
과정에서 의원들의 자질문제가 심각히 제기되고 특위전체에 대한 불신감도
걷잡을 수 없이 팽배해질 전망이다.

이 경우에는 또 한보사태를 둘러싼 의혹은 물론 청문회에 임한 여야의
자세까지도 12월 대선과 차기정권에서 계속 시빗거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증인들의 입을 열어 일파만파의 정계재편을 자초하는 것이
내키지도 않고 그렇다고 봉합에 급급했다는 불신감을 국민들에게 안겨주기도
싫은 딜레마에 봉착한 정치권은 "할만큼 했다"는 성의표시에 주력할 듯하다.

증인들도 사태확산이 자신들의 보신에 불리하다는 판단아래 겉치레로
"사죄" 발언만을 늘어 놓거나 아예 답변을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