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한보국정조사특위의 4일 대검찰청에 대한 조사에서 여야의원들은
한보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기록 공개문제로 여야의원간, 의원들과 검찰간
한때 고성이 오가는 등 장시간 공방을 벌였다.

특히 일부 여당의원들이 수사기록 검증을 반대하면서 일부 야당 특위위원
들이 한보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거론, 회의가 중단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날 사건은 야당의원들이 국정조사계획서에 따라 대검찰청의 기록검증을
요구하자 김기수 검찰총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비롯됐다.

김총장은 "한보사건에 대한 검찰 재수사 기록의 경우 수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공개할 수 없다"며 "1차수사에 대한 수사기록 전문의 공개
역시 재판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회의 조순형 의원은 "검찰이 한보사건 관련 서류제출 및
기록검증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 권위와 권능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며
"피감기관은 국정조사법 10조에 따라 국가의 안위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한
특위활동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즉각적인 수사기록 공개를 요구했다.

민주당 이규정 의원도 "지난 89년 이철규씨 변사사건 당시 광주지검이
국조특위에 수사기록을 제출한 전례가 있다"며 "기록검증"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나 신한국당 이사철 의원은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기록을
공개하는 것은 검찰수사를 방해하는 것"이라며 검찰측에 동조했고 이신범
의원도 "관련 피의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것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책무"
라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권노갑 의원의 경우 뇌물죄가
적용됐는데 검찰수사기록에는 권의원과 관련된 의원들의 기록도 있을 것"
이라며 "자신과 관계된 기록열람을 요구하는 것은 직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해 야당의원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이에 국민회의 김원길 의원이 "이의원이 야당의원중에 자격이 없는 사람이
특위위원으로 있다는 의미로 말을 했는데 어떻게 동료의원으로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그러자 이사철 의원도 "야당의원들이 기록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피의자
신분으로서 요구하는 것이냐, 특위위원으로서 요구하는 것이냐"고 가세,
회의장은 한때 고성이 오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오후에 시작된 회의에서도 국민회의 김경재 의원은 "검찰이 기록검증을
방해하는 것은 명백히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김기수 검찰총장을 정식으로 고발할 것을 제의, 논란을 빚었다.

한편 질의에 나선 김민석 의원(국민회의)은 "정태수씨가 한보 및 계열사의
해외지사를 통해 민주계 실세인사들에게 수십만달러를 제공한 의혹이 있다"
며 "실제로 지난 96년 6월 한보의 중동지사가 민주계 모인사에게 수십만
달러를 송금했다"고 주장했다.

김기수 총장은 답변에서 "정태수"리스트의 실재여부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정태수리스트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해 정씨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은 정치인들이 상당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총장은 그러나 "정씨 진술에 의하더라도 리스트에 올라있는 정치인들의
자금수수행위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데다 수사의 촉박성으로 인해
사실여부는 확인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 김태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