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이 뉴욕지사를 통해 두 재미교포기업에 대출한 7백60억여원중
6백40억원가량에 대해 회수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방치, 이 돈이 고위층이
해외로 빼돌린 비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회의 김경재의원은 1일 유시열 제일은행장을 출석시킨 가운데 열린
한보국정조사특위에서 박용일감사를 상대로 이같은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김의원측은 제일은행 뉴욕지사가 지난 92년부터 3년간 수차례에 걸쳐 TPC사
(대표 박만규)에 총 5백98억원을 대출한뒤 이중 4백76억원을 아직까지 회수
하지 않고 부실여신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지사는 또 올아메리칸사(대표 이운석)에 대해 비슷한 시기에
1백67억3천5백만원을 대출했으나 회수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의원은 "대출금액이 현재 미국내 모은행에 그대로 예치돼 있다"면서
"대출금 회수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돈이 바로 고위층이 빼돌린
비자금이기 때문"이라며 청문회에서 관련증거를 제시할 계획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한편 여야 의원들은 이날 은행감독원의 경고와 신용평가기관의 지적을
무시하고 대출을 한 경위와 한보철강의 주거래 은행이 서울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바뀐 경위,그리고 한보의 유원건설 인수 특혜의혹등을 따졌다.

유시열 행장은 "한보와는 93년11월 첫 거래를 한 후 94년에는 국가 기간
산업인데다 장기적으로 철강경기가 좋을 것으로 판단, 대출을 해주었고
이후에는 회사의 재무상태등 문제점이 있었지만 대출금 회수를 위해 어쩔수
없이 대출이 지속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보에 대한 대출당시 심사역등 대출담당자가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했음에도 대출이 이루어진 점을 인정한다"며 "앞으로는 이같은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