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후보 자제론"을 펴고 있는 신한국당의 김윤환 고문과 영남지역에서의
여론조사 수치상 압도적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박찬종 고문이 31일 낮
조선호텔 일식집에서 단독 회동, 두사람 사이에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가
정가의 관심이 되고 있다.

이날 회동은 박.김 고문간의 관계가 별로 돈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김고문이 지난달 27일 당소속 의원및 지구당위원장 연찬회
에서 김영삼 대통령의 탈당및 중립 내각 구성문제를 언급한 뒤여서 특히
주목을 끌었다.

이날 회동이 끝난뒤 두 고문은 김대통령의 당적이탈문제나 한보및 김현철씨
처리문제 등 미묘한 정치현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두 고문은 그러나 그러한 문제들을 포함, 당내 대통령후보 경선시기와 경선
의 공정성 확보방안, 그리고 내각제 개헌 문제를 비롯한 정국전반의 현안들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이 끝난뒤 박고문은 기자들과 만나 "두 사람은 현 상황이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총체적 국가위기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이를
감안, 차기 대통령후보 경선 문제는 경제위기가 진정된 후에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는 당초 6월경 경선이 적절하다는 입장이었던 김고문이 박고문의
"후보 조기가시화 반대" 입장에 상당한 힘을 실어준 셈이다.

대중적 지지도에서는 앞서나가면서도 당내세가 취약한 박고문은 그동안
당내 현역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 등과의 접촉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후보경선
시기를 가능한 한 늦추자는 입장을 취했었다.

박고문은 또 "두사람은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초래한데 대해 연대 책임을
져야할 정치인들은 앞으로 국민의 눈에 거슬리는 언행을 자제해야 한다는데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날 박고문은 현상황에서 후보를 조기가시화하는 것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
일으킬 출발점이 될수 있다며 당중진들이 후보논의를 자제하는 가운데 중립적
인 입장에서 당의 단합을 도모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회창 대표쪽으로 다소 기운 것으로 일각에서 분석하고 있는
김고문이 박고문과의 우호적 또는 중립적 입장을 지키겠다고 언질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두고문은 당내 대통령후보 선출은 민주적이고 공정하며 완전한 자유
경선이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경선의 중립성 확보를 위해 조만간 발족될 경선관리위원회에 각 대권주자
진영이 참여토록 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정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