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은 31일 "내각제 개헌논의 불가"를 당론으로 결정, 여권 일각과
자민련에서 제기하고 있는 내각제 개헌론에 쐐기를 박았다.

신한국당이 지금까지의 내각제 개헌 반대라는 입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내각제 논의자체를 봉쇄하기로 당론을 정리한 것은 그동안 권력구조 개편론을
둘러싼 당안팎의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이윤성 대변인은 이날 당직자회의가 끝난뒤 "아직도 당안팎에서 내각제가
거론되고 있으나 이는 당의 단합과 결속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며 "내각제 불론이 당론"이라고 발표했다.

내각제 개헌론에 대한 이같은 강수는 향후 정국흐름에 대한 이회창 대표
나름대로의 계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대표는 고위당직자회의 직전 "일부에서 내각제 등에 대한 얘기를 거론하고
있는데 이제 이런 논의는 당의 단합차원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해 당론결정과정을 주도했음을 시사했다.

이대표로서는 취임 직후부터 불거져 나온 내각제 개헌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론을 둘러싸고 견해가 분분해 당내 분란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데다 장악력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어 이를 조기
차단할 필요성을 느꼈을 법하다.

또 김영삼 대통령이 내각제 개헌 불가를 거듭 강조한 점을 활용, 차제에
개헌론에서 파생될수 있는 불씨를 없애버림과 동시에 개헌논의가 경제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여론을 등에 엎고 개헌논의 종식을 선언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지도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신한국당의원들은 대체로 일단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보였다.

"현행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활용"을 주장해온 이홍구 고문은 "나는 내각제
개헌을 하자는 얘기를 해본 적이 없다"며 "내각제 불론은 좋은 것"이라며
납득한다는 뜻을 밝혔다.

박찬종 고문도 "대통령제가 나의 소신이며 만약 신한국당이 내각제 개헌을
추진할 경우 호헌운동을 하겠다"고 반겼다.

이로써 이대표체제 출범직후 "반 이회창" 연대움직임과 함께 표면화됐던
권력구조 개편논의는 일단 잠복기에 접어들게 됐다.

내각제 개헌론은 그러나 언제든 다시 수면위로 떠오를수 있다는게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그동안 여권내에서 가장 강도높게 내각제 논의를 주창해온 이한동 고문이
이날 "일사불란만을 표방하는 아집과 독선은 결국 당을 경직시키고 당의
발전을 저해시킬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것은 내각제 개헌론이 쉽사리
수그러들 사안은 아님을 반영해주고 있다.

또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이날 김대통령이 내각제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여권의 목소리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는 등 연내 내각제
개헌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데다 신한국당내 다른 대선주자들도 경쟁에서
밀려날 경우 내각제 개헌론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기
때문이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