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일부 대선예비주자들이 내각제 개헌론을 제기한데 이어 당내 최대
계파인 민주계내에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여권내
권력구조 개편논의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신한국당은 공식 당론으로 "개헌 불가"를 거듭 천명하고 있으나 당내 적지
않은 인사들이 내각제 개헌론도 검토해볼 가치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내각제 개헌론 파문은 쉽사리 제어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내각제 개헌논의를 둘러싼 여권내 난기류는 민주계 원로인 김수한 국회의장
이 지난 24일 청와대를 방문, 김영삼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권력구조
개편논의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내각제공론화 입장을 전달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제 큰 돌풍의 눈을 형성해 나가고 있다.

김의장은 26일 "김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내각제를 해야 한다는 건의나 간청을
드린 것은 아니나 여론조사 결과를 포함해 시국의 흐름을 말씀드렸다"며
"김대통령은 이에 대해 가타부타 언급이 없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내각제
개헌을 포함한 권력구조 개편논의가 정국의 한 흐름이 되고 있는 것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핵심부의 한 관계자는 "21세기를 대비한 새로운 국가경영의 기본틀로
내각제를 검토해보자는게 여권내 내각제 개헌론자들의 입장인 것으로 안다"며
"민주계 중진 가운데 김의장 뿐만아니라 최형우 고문 서석재 의원도 내각제에
대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자적 집권능력을 갖춘 세력이 부재한 상황인데다 내각제가
권력집중의 폐단을 막을수 있는 제도로 어느 정도 공감을 얻어가고 있는 만큼
충분히 논의해볼 가치가 있지 않느냐"고 언급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내각제 개헌론 논의에 대한
여권내 주된 흐름은 반대의견이 월등히 많은 편이다.

신한국당이 이날 당직자회의와 당무회의를 잇달아 열고 김의장의 의견을
국회의장이 아닌 정치인개인의 의견으로 본다며 "내각제 개헌불가"라는 기존
당론을 거듭 확인한 것이 그 대표적 기류다.

대선예비주자인 이회창 대표 박찬종 고문은 물론 민주계 주자인 김덕룡 의원
이인제 경기도지사도 확실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대표는 이날 당무회의에서 "김대통령 임기내 개헌이 없다는게 일관된
입장"이라며 "이론적으로 내각제의 장단점을 거론할수는 있으나 이 시점에서
내각제거론은 당에 이롭지 않다"고 논의자제를 요청했다.

특히 김의원은 이 자리에서 "국가백년대계나 국익차원에서가 아니라 특정인
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야당의 "위인 설 통치제도"라고 밖에 할수 없는
내각제 문제가 왜 우리당에서, 그것도 지금 이 시점에서 거론되고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권 관계자들은 권력구조 개편논의의 핵심변수는 "YS 의중"이라며 김대통령
의 정치스타일을 감안할때 양김씨나 당내 소수의견 등 타의에 밀려 개헌논의
가 확산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공동집권 전략차원에서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고
이에 여권의 일부 대선예비주자가 가세해 공론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김대통령이 반대한다면 그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는게 이들의 관측이다.

그러나 최근 시국상황에 따라 김대통령의 입장에도 변화가 있을수 있다는
점에서 김대통령이 어떤 정국구상을 하고 있는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 "현 정국 상황과 여권구도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고 김대통령의 역할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판단될때 내각제 개헌문제가
거론될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만큼 향후 정국추이를 잘 지켜볼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지적대로 그동안 위기국면에 처할때마다 상식을 뛰어넘는
극적인 승부수를 던져온 김대통령의 행태와 대선후보경선을 앞둔 여권내
이해관계가 맞물려 돌아갈 경우를 고려해볼때 내각제 개헌론은 언제든지
폭발할수 있는 인화력을 갖고 있는 현안이라는데는 정치권내에서도 이견이
없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