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가 최근 한보국정조사특위와 재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진상규명보다 민심및 민생안정에 주력키로 당입장을 정리하고 나서 그
내용과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회의는 지난 21일 강경식부총리팀의 긴축정책을 높이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을 시작으로 25일까지 연일 민심및 민생안정에 비중을
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국민회의의 이런 행보는 물론 김대중총재의 최근 정국에 대한 판단과
무관치 않다.

김총재는 최근 한보사태 및 김현철씨의 국정개입의혹과 관련, "근거없는
정치공세를 자제해 민심동요를 막고 국민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실질적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김총재는 또 한보국정조사특위 위원들에게도 "책임규명도 중요하지만
당진제철소 처리문제에 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데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방향선회는 대정부 여당 국민 등 세갈래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국민회의는 우선 정부에 대해 이해찬 정책위의장이 강부총리를 방문토록
해 강부총리팀의 긴축정책기조를 지지하고 격려하기로 했다.

국민회의는 또 여당에 거당적인 경제회생대책기구 구성방안을 제의하는
한편 오는 28일에는 김총재가 직접 나서 "경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들을
향해 경제회생책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런 행보에는 경제가 붕괴돼 헌정중단과 같은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고
이때는 김총재역시 불투명한 대권가도에 놓일 수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총재측은 또 올해 최대 대선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를
선점함으로써 대권고지에 한층 다가설 수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

폭로전을 통해 반사이익만을 챙길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 집권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보수층을 포용하는 "적극적 지지기반확대"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더욱이 김총재측으로서도 "법대로"를 들고 나온 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측과
선명성 경쟁을 하기도,이미 수사대상이 된 김현철씨의 비리의혹을 청문회
에서 신선하게 캐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여권이 애용해온 "민생"을 선점
하는 것외에 뾰족한 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김총재측의 방향선회는 일부 의원의 한보자금수수설이 당사자들의
부인속에 검찰의 재수사와 함께 다시 나돌았던 점을 들어 보신책으로 보는
비판적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한보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경우 야당또한 상처를 입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만큼 김총재로서도 한보사태가 제어불능상태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으리라는 관측이다.

<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