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건및 김현철씨 비리의혹사건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21일 대검중수부장
이 전격 교체됨으로써 검찰수사의 정치적 독립문제가 검찰내부에서 표면화
되는 등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번 인사가 권력형비리라는 정치적 사건과 관련해 일어난데다 수사과정
에서도 외압시비가 끊임없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검중수부는 검찰총창의 직할부대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사정기관
의 중추로 인식되어온 만큼 검찰이 입은 타격은 큰 편이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의 배경에 대해 검찰의 수사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수사책임자를 교체함으로써 검찰이 진상규명에 전념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부의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검찰총장이 법무부장관에게 건의해 이뤄진
것이지 한보수사에 대한 문책이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사가 한보및 현철씨 비리의혹수사결과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질책과 정치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일선수사검사들
의 심경은 상당히 착잡한 것같다.

수사책임자 교체라는 극약처방이 이들 사건의 축소, 은폐의혹시비를 불식
시키고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검찰내부가 아닌
여권핵심부에서 먼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선검사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무엇보다 한보수사결과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불가피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수사진들에게 직접 책임을 물을 만한 잘못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는 방응이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검찰의 수사가 축소,은폐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라며 "중수부장 교체가 검찰내 의견수렴을 통한 것은 아니다"
고 밝혀 전적으로 정치적 논리에 밀려 검찰조직이 훼손된 것으로 평가했다.

결국 이번 인사를 통해 그동안 실추된 검찰의 위상이 회복될지는 앞으로
전개될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 분명하다.

그런만큼 검찰내부의 조직적 동요외에 향후 수사팀의 행보에도 이번 인사
결과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