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주)심우 대표인 박태중씨의 집과 사무실에 대한 전격 압수수색을
실시하는등 김현철씨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현철씨의 최측근이자 재산 관리인으로 알려져 있는 박씨에 대한 압수수색과
수사는 현철씨를 겨냥한 실질적인 수사로 간주되고 있다.

박씨는 현철씨가 관련된 대부분의 이권 개입에 대리인으로 전면에 나섰고
특히 자금 관리를 도맡아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박씨의 비리는 곧바로
현철씨의 비리라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이날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서 밝힌 "2천억원 설"등은 곧바로
한보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검찰은 박씨가 한보철강의 대리인으로 나서 독일의 SMS사의 열연설비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실제 수입가격보다 50% 높은 가격으로 이중 계약서를
작성, 리베이트로 2천억원을 받아 현철씨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그동안 제기돼온 현철씨 관련 의혹중에서 가장 비리액수가 크다.

따라서 부도위기에 처한 한보철강에 대출을 해주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리베이트를 받은 점이 확인되면, 현철씨는 물론 현정권에도 도덕적인
차원에서 엄청난 타격을 줄 것으로 점쳐진다.

따라서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 한보사건의 "몸통"으로 간주돼온 현철씨의
개입의혹을 밝혀 낼수 있을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아닐수 없다.

검찰은 리베이트 의혹외에도 박씨의 16억원 탈세과정에서 현철씨가 개입
했는지와 고속도로휴게소 입찰 특혜, 지역 민방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로비
자금을 받고 특정 사업자자가 선정됐다는 등의 시중 의혹들을 모두 영장에
기재, 앞으로의 수사가 다각도로 전개될 것임을 보여 준다.

전날까지만 해도 의혹만으론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밝히던 입장을
뒤집어 검찰이 영장을 발부받아 이처럼 전면수사에 나선 것은 일단 검찰의
진실규명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엿보게 한다.

현재 검찰주변에서는 구체적인 수사단서를 확보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이날 압수수색에서 박씨집과 사무실의 서류를 압수한 외에 박씨
계좌에 대한 자금추적에 돌입한 것 등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은 또 박씨가 대표로 있는 심우의 계좌와 박씨 명의의 국민은행
대치동지점계좌 2개를 압수수색 대상에 넣었다.

구체적인 목표를갖고 칼을 들이댄다는 생각이다.

박씨가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해 받은 리베이트나 로비자금을 관리하며
현철씨의 활동비로 도피한 흔적이 드러난다면 이는 박씨만의 혐의가 아니라
현철씨와의 "공범"관계로 확대해 볼 수도 있다.

검찰은 이를 위해 현철씨가 각종 이권 사업에 개입한 혐의의 확인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의 본격수사는 이날 최병국 대검중수부장의 전격교체와 동시에 이뤄진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국회의 국정조사일정등 정치권의 움직임과 조율해 나갈 것처럼 보였던
검찰수사속도가 이날 박씨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급템포를 밟고 있는 것이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