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재산관리인인 심우대표 박태중씨를 대리인
으로 한보철강의 박슬래브공법 도입을 알선해 주고 2천억원을 수수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김현철폭탄"은 이미 폭발단계에 들어갔다.

현철씨의 한보철강 관련설은 그동안 그와 관련된 숱한 의혹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활동폭을 넓혀준 자금원이 불법 알선에 따른 커미션수수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구체적인 물증까지 확인된 것으로 알려져폭발을 멈추게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여 노태우.전두환비자금사건의 폭발력을 훨씬 뛰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폭발은 또 현철씨 개인 비리로 끝나지 않고 김영삼정권의 진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파장은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에도 이어질것이 확실시 된다.

아무리 폭발이 최소화되더라도 차기 정권창출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검찰은 이날 김씨가 지난 94년 7월 강남구 대치동의 한보그룹 사무실에서
자신의 재산관리인 박태중 씨를 통해 실제 수입가보다 50% 많은 이중수입
계약서를 작성, 차액을 챙긴 혐의를 잡았다고 밝혔다.

박씨를 대리인으로 내세워 불법자금을 모았다는 그동안 의문의 첫 단추가
풀리는 순간이다.

검찰은 의사 박경식씨 등 참고인들의 진술과 언론보도등을 확인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김씨에 대한 직접 수사에 앞서 박씨와 가족명의의 11개 금융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구체적인 자금추적에 나설 방침이다.

그 결과를 갖고 김씨를 구속 수감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학생의 신분인 김씨가 서울 한복판에서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정계와
경제계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확인해 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그동안 검찰은 부인했지만 "성역"에 대한 수사 빗장이 벗겨졌다는
점에서 한보관련설 등 의혹의 대부분이 벗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상엽 법무부장관은 이날 한보 및 김현철수사를 지휘했던 최병국 대검
중수부장을 경질, 심재륜 인천지검장을 내정했다.

이는 검찰 지휘부가 더이상 "김현철 성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보여 수사가 급피치에 들것임을 엿보게 했다.

이같은 검찰 수뇌부의 판단은 결국 이번 불똥이 정치권으로 확전될 것임을
알수 있다.

이는 결국 정치권에서 "젊은 부통령"으로 불렸다는 현철씨의 인맥을 캐지
않을 수 없게 만들게 됐다.

정치권 어느 인사에 얼마의 돈이 제공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풀어야 한다.

천문학적으로 쌓은 비자금의 행방에 대한 국민의 의혹을 검찰은 풀어야
한다.

또 검찰이 박슬래브장비 도입의 알선 대가로 2천억원씩이나 챙겼다고
확인했으나 그가 부정 축재한 총액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보그룹은 물론최근 부도를 낸 삼미그룹에 대한 대출알선의혹의 규명을
통해 이를 확인해야 한다.

또 문민정부들어 사세를 키운 중견 그룹들에 대한 국민들의 의혹도 검찰이
풀어줘야 숙제로 보인다.

그리고 천문학적인 자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아버지인 김대통령은 전혀
몰랐을까.

아니면 보좌진이 보고하지 않았을까 하는 또다른 의문이 생긴다.

한편 김씨의 수뢰 혐의가 확인되면 뇌물 알선 및 수재, 또는 변호사법위반
등에 걸려 철창신세를 질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김현철폭탄의 폭발로 정치권 및 경제계는 혼란시절을 맞게 됐다.

< 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