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재창출을 겨냥한 신한국당내 민주계의 행보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민주계는 17일 중진모임과 최형우 고문 계보모임을 가진데 이어 18일엔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음식점에서 3선이상 중진 13명이 모여 세결집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민주계가 3선이상 중진들을 모두 불러모은 경우는 지난 90년 3당합당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이날 회동엔 관심이 집중됐다.

모임엔 김수한 황낙주 신상우 김정수 서석재 김덕룡 김명윤 서청원 정재문
김운환 김찬우 김동욱 목요상 의원이 참석, 최근 시국에 대한 의견들을
허심탄회하게 개진하면서 향후 진로와 방향설정문제를 놓고 심도있게 토의를
벌였다.

민주계 중진들이 회동에서 의견일치를 본 대목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선 단합 후 후보결정"이고 다른 하나는 최고문의 와병으로 공석이
된 민주계 좌장 역할을 서석재 의원이 당분간 "대행"한다는 것이다.

서의원은 모임직후 "정권재창출을 위해서는 민심을 수습하고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일차목표라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문민정권 창출에 참여한
모든 민주화세력들을 다시 뭉쳐 심기일전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계의 잇단 회동이 당의 단합을 깨는 분파행동이 아니냐는 시각과
관련, "그런 우려 때문에 앞으로는 민주계 모임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대신
민주화세력 모임으로 부르기로 했다"며 "이는 계파구분없이 모임의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의원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경선이나 대선주자문제 논의는
없었다"며 "경선때 단일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라도 결집해야하고 수시로 모여
민주세력을 총집결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이회창 대표체제에 대해 "우리가 이대표 하는 일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 오히려 잘못된 것"이라며 "당원으로서 당연히 협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날 모임의 결론에 대해 민주계 한 인사는 "힘없는 상태에선 누구를 후보로
낸다고 해봐야 의미가 없다"며 "우선 세력을 다시 규합해 단일대오를 유지한
독자후보나 제3후보를 결정하는 것이 순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계 3선이상 중진중 박관용 사무총장은 당직을 맡고 있는 이유로,
강삼재 의원은 다른 일정이 겹쳐 회동에 불참했고 이대표 진영으로 기운
백남치 의원은 초청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