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의 연합텔레비전뉴스(YTN) 사장 인사 개입의혹이 담긴
녹음테이프를 공개한 서울 송파구 송파2동 G남성클리닉 박경식원장(44)은
12일 기자회견을 갖고 김영삼대통령 및 현철씨와 인연을 갖게 된 계기와
경실련이 자료를 입수하기까지의 과정을 소상히 밝혔다.

박원장은 회견에 앞서 "나는 이미 죽기를 각오한 사람으로 현철씨에 대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원장은 "지난 87년 대선당시 김영삼후보에게 감기약을 조제해 갖고
찾아간 것을 계기로 김후보를 처음 뵌 뒤 그의 요구로 선거기간동안
주치의로 동행했다"며 "불의에 굴하지 않고 어려움속에서도 꿋꿋하게
정치활동을 펴나가는 김후보에게 존경심과 애정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박원장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손명순여사와 차남 현철씨를 알게
됐으며 87년대선에 패배한 뒤인 88년 1월3일에는 김후보를 모시고 제주도에
동행, 하얏트 호텔에 묵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때 김후보가 자신에게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했으나 거절하고 대신
제주도지역에 K씨를 추천해 다음 총선에서 그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고
말했다.

이어 92년 대선때도 손여사의 주치의로 일한 뒤 김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청와대에 함께 들어가자는 김후보의 가족들의 요청을 거절하고
스스로 주치의에서 물러났다고 박원장은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현철씨와는 자주 접촉,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서울 송파구
송파2동에 병원을 개업한 뒤에도 자주 만났다는 것.

그러나 현철씨와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메디슨 특혜의혹 사건을
바로잡아달라고 현철씨에게 요청한데서 부터다.

박원장은 "메디슨사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인 모씨를 배후로 엉터리 초음파
진단기를 만들어 팔고 있어 지난해 8월12일 진상조사를 해달라고 현철씨에게
요구했으나 현철씨는 "메디슨사 이민화 사장은 죄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넘겨줬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원장이 항의하자 현철씨가 같은해 9월 3일 재조사를 시키겠다고
했으나 이어 10여일 뒤인 9월 14일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며 사건에서 손을
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일로 현철씨와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됐으며 메디슨 특혜의혹을 밝히기
위해 이곳저곳으로 수소문하고 다녔으며 현재 서울시 고위관계자인 K씨가
병원으로 걸려오는 정부고위층의 전화를 녹음하라고 충고 한 것도 이때라고
박원장은 말했다.

또 이 과정에서 경제정의실천 시민연합과도 접촉이 됐으며 지난해 6월 현
사무총장인 유재현씨가 이 단체 사무국장인 양대석씨를 소개시켜 줘 올해
2월까지 30여차례 만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씨는 메디슨 특혜사건을 묻기보다는 현철씨에 대한 비리를
폭로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문제가 된 현철씨의 전화내용이 녹음된 테이프를
건네 줄 것을 끈질기게 요구했으나 박씨는 거절했다는 것.

이에 양국장은 지난달 20일 카메라 등을 들고 병원으로 찾아와 문제의
테이프 내용을 찍게 해달라고 요청해 거절하자 자신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테이프를 훔쳐달아났다고 박원장은 주장했다.

박원장은 이어 "그러나 이 사실은 4일이 지난 24일에야 알게 됐으며 이에
앞서 양국장은 메디슨과 현철씨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갖자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박원장은 특히 "양국장이 테이프를 훔친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돌려줄
것을 요청하자 경실련측이 말을 바꿔가며 테이프 건네주기를 거부해 경찰에
도난 신고를 하고 양국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 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