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상현 지도위의장 김근태 정대철 부총재 등 비주류 3인방이
11일 여의도 맨하탄호텔에서 "범야권 대통령 단일후보 국민경선제"를 공동
기자회견 형식으로 공식제안하고 활동을 선언했다.

이들의 움직임이 대선정국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이날 "국민경선제 추진위원회"를 구성, 공동사무실을 중심으로
국민회의 안팎의 동조세력을 규합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이들은 12일 당무회의에 보고하는 한편 자민련 민주당 국민통합
추진회의 등 정치권과 시민단체대표, 국민회의 전국 지구당간부 등을 초청해
국민경선제 제안배경과 내용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내부 정리가 안됐다며 내각제에 대한 입장표명을 유보했다.

국민회의 비주류의 이같은 입장표명은 일찌감치 예견돼왔으나 자민련 비주류
민주당 통추 등 야권 일각의 DJP(김대중 김종필 총재연합) 구도에 반기를
든 사실상 첫 정치행동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야권 각 정파의 국민회의 비주류 행동에 대한 평가는 이해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주류측은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민회의 주류측은 "미국식 예비선거제도입 및 대의원증원에 대한 검토소견"
이라는 기획조정실 공식문건을 통해 비판하는 형식으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광옥 사무총장은 "야권의 정권교체를 위한 국민의 관심을 얻기 위해선
여러방안이 나올수 있으나 자칫 당내 갈등으로 비쳐질수 있으므로 당 공식
기구에서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민련 주류측도 "남의 당 얘기이므로 공식입장을 내놓기는 어렵다"면서도
국민회의 주류측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과 통추측은 국민경선제가 자신들도 종전부터 주장해온 예비
선거제와 다를바 없다며 "환영할만하다"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 이부영 부총재측은 "국민회의 비주류측에서 공식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도록 설득해왔다"고 말해 사전교감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기택 대표측도 "두 김총재로는 대선에서 이길수 없는 만큼 김의장측의
제안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런 엇갈린 정치적 입장을 도식화하면 야권내 후보논의와 이에 따른
세력축은 크게 DJP 대 범국민후보 진영으로 나뉠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이는 두 진영이 각각 후보단일화에 성공한뒤 다시 두 진영간의 단일화를
꾀한다는 "2단계 단일화론"으로 표면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회의 비주류측의 국민경선제와 이를 현실정치적으로 풀어본
2단계 단일화론은 모두 현실성이 전혀 없는 숱한 정치적 이상론들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민주당 이총재와 이부총재, 통추의 김원기 대표 제정구 의원 등은 예비선거
에서 두 김총재를 배제하자는 입장을 견지하는 등 김의장측과는 각론에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고 두 김총재측은 상대방의 양보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비주류가 첫 승부처로 삼고 있는 5월 전당대회까지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은 의외로 싱거운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 나돌고 있는 야권과 여권 일각의 접촉설은 야권내 후보단일화
논의가 한층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내각제 개헌을 둘러싼 자민련 지도부와 신경식 정무1장관, 김대중 총재와
김윤환 고문간의 접촉설, 반3김 연대 차원의 통추와 여권 대선주자간 제휴설
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국민회의 비주류측의 정치행보와 대선정국에서의 운신폭은 당내 압박을
견뎌내며 DJP 구도에 대항하는 힘을 어느 정도 키우느냐, 또 야권내 산재한
동조세력을 규합하기 위한 정치력을 어느 정도 발휘하느냐에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