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협상이 제3국경유를 통한 한국행으로 사실상
타결됨에 따라 황의 중국출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중 양국은 현재 황의 3국행 시기와 대상국, 체류기간, 신병보호문제
등을 놓고 막판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황비서 처리문제는 이번주초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이며
빠르면 주말께 황이 제3국으로 출국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광석 외무부 아.태국장은 10일 황의 신병처리와 관련, "한중간 교섭에서
현재까지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지만 한국으로 직행하거나 제3국을 거쳐
한국으로 오는 두가지 방법밖에는 없다"고 밝혔다.

유국장은 특히 황이 잠시 머무르게 될 제3국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가명에 대해서는 확인도 부인도 안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한중 양국간
황의 제3국행에 대해 이미 합의가 끝났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유국장은 또 "황의 경유지에 대해 북한과는 협의하지 않을 것이며 사전에
북측에 통보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해 황의 3국경유를 재확인했다.

유국장은 "양국간 교섭에는 곡절도 있었지만 양측간 입장이 상당히
접근해있다"면서 "초기보다 진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주에도 중국과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면서 "협상이 언제 타결될
지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으나 금주나 내주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황비서가 일시 체류할 제3국으로는 싱가포르 홍콩 호주 스위스 등
몇개국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제3국행 합의는 북한과 가까운 중국측에 정치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것이며 중국측도 우리정부의 한국직행 요구에 3국경유를 강력히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측은 지난 8일 중국을 방문한 김영남 북한외교부장에게 이같은 방침을
최종 통보한 것으로 보인다.

김은 중국체류기간중 당가선 중국 외교부부부장과 오찬회동을 가진바 있다.

황이 제3국으로 가게 될 경우 "제3국 추방후 서울행"이나 "제3국망명허용
후 서울망명" 등 두가지 방안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이며 제3국주재 유엔
고등난민판무관실(UNHCR)이 개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같은 양국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황비서의 서울직행이 완전히
물 건너간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황의 망명문제를 둘러싼 몇가지 쟁점에 대한 합의가
"패키지"로 이뤄질 수 밖에 없다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황의 망명방식이나 시기, 절차 등이 별도로 협의되는 문제가 아니라
일괄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북의 태도변화여부에 따라 서울직행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와관련, 유국장도 "협상은 일괄 타결해야 하는 만큼 전망하기 어렵다"
면서 "북한측의 태도가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황비서의 처리문제는 "제3국경유"라는 큰 가닥을 잡은채 시기와
대상국, 체류기간 등 부수적인 문제에 대한 합의만 남겨두고 있어 늦어도
주말께는 황의 불안정한 "영사관 생활"이 끝날 것으로 전망된다.

< 이건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