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28일 단행한 청와대비서실장및 일부 수석비서관에 대한
인사는 청와대 내부갈등에 따른 문책성및 비서실 면모쇄신의 성격이 짙다.

당초 대폭적인 개편이 단행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비서실장과 11명
(경호실장 제외)의 수석비서관중 4명을 경질한 것은 비서실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위해 문책의 범위를 최소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그동안 노동법파동과 한보사태를 거치면서 김광일실장을 중심으로
한 온건론와 이원종 정무, 이석채경제수석을 중심으로 한 강경론이 맞서
심한 갈등을 겪어 왔다.

소위 PK(경남고)와 K2(경복고)간의 파워게임양상으로 비쳐졌다.

또 한보사건과 관련해서는 여권음모설의 배후로 서로를 의심하기도 했다.

국정이 극도의 난맥상을 보인데는 청와대가 이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렸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따라서 김대통령은 이번에 김실장과 두 이수석을 모두 경질, 책임을 물었다.

지난 25일 취임 4주년 대국민담화에서 "정치적 행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한 것에 대한 첫 가시적 조치인 셈이다.

김대통령은 이어 후임에 비교적 합리적이고 온건한 성향의 인사들을 기용,
앞으로 국정운영의 방식이 상당히 변화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강경성향의 민주계인사들을 배제하고 "내부화합"과 "합리적 국정운영"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용태 신임비서실장과 강인섭 신임정무수석이 모두 언론인출신이라는
점에서 여론과 민심동향에 커다란 비중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TK출신인 김실장은 구여권출신이면서도 야당인사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 신문사 편집국장, 민자당 원내총무, 내무부장관등을 거쳐 정치와 행정
경험이 풍부, 비서실과 행정부, 비서실과 당의 협조관계를 원활히 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대 국회의원선거때 대구에서 신한국당으로 출마한 것이 김대통령
으로부터 의리있다는 평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당시 김실장은 무소속으로 나갈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신한국당으로
출마, 결국 고배를 마셨다.

호남출신인 강 신임정무수석은 김대통령의 88년 총선패배후 상도동진영에
합류한 사람으로 합리적이고 원만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김실장과 호흡을 맞추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이다.

권력의 핵심부에 오랜만에 호남출신이 들어온 셈이다.

청와대내 호남출신 수석비서관은 최양부농림해양수석과 함께 2명으로
늘어났다.

김인호 공정거래위원장의 경제수석 발탁은 그의 능력과 업무추진력을
김대통령이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게 윤여준 청와대대변인의 설명이다.

과천관가에서 "깨끗하고 소신있는 경제관료"라는 평을 받고있는 것도 발탁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청와대 비서실인사는 TK와 호남출신등을 고루 등용, PK 중심의 편중
인사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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