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황장엽 북한노동당국제담당비서 망명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인에
대한 테러 등의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고 있는 가운데 중국공안
당국은 18일 북경주재 한국기업의 사무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외출자제
등을 요청.

북경주재 한국기업들은 이날 "중국공안당국 관계자들이 사무실로 찾아와
상사원의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외출할 때는 2~3명씩 함께 다닐
것"을 당부했다고 전언.

중국공안당국이 한국기업을 찾아다니면서 신변안전을 당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

중국공안은 이와함께 상사원 가족들이 야간에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한국
기업의 중국내 생산법인과 8천5백여명의 유학생에게도 신변안전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요청.

중국공안당국자는 "황비서 망명사건으로 한국인들이 북한측의 테러의
표적이 되고 있다"며 "외부활동을 자제하되 만일 불의의 사고가 발생할 때는
신속히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북한측은 17일 오후 황장엽 북한 노동당 국제담당비서가 보호돼있는
북경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의 동향을 감시하던 북한 차량들과
요원들을 일제히 철수시킨 이후 18일에도 요원들을 배치시키지 않아 이같은
조치가 북한의 황비서 망명허용 시사와 관련이 있을 것이란 추측.

중국 공안당국은 북한요원들의 이같은 철수에도 불구하고 17일 밤 영사부
건물부근에 대한 차량 바리케이드를 치우지 않고 이미 배치된 방탄차 2대도
철수시키지 않은채 장갑차를 추가 배치하는 등 경계.경비를 오히려 강화.

이에 대해 한국 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북한측 감시 요원들의 철수를
확인하면서 그 진의는 아직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

<>.한국 대사관의 관계자는 북한의 황비서 망명 허용 시사와 관련, 진상을
파악하라는 외무부의 긴급 훈령을 받고 중국 외교부와 여러 채널을 통해
진의파악에 노력하고 있다고만 밝히고 진의 파악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답변.

이 관계자는 중국 외교부와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북한
측과의 접촉 여부와 북한 대외경제위원회 김정우 부위원장(차관급)의 북경
방문 목적을 확인해달라는 질문에도 아는 바 없다고만 짤막하게 답변.

< 북경 = 김영근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