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임시국회 소집을 앞두고 발생한 황장엽 비서 망명신청과 이한영씨
피습사건이 한보사태 회오리에 휩싸였던 정국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각자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이씨 피습사건을 북한의 대남테러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귀순자
보호는 물론 안보태세 강화, 간첩을 비롯한 친북 용공세력의 철저한 색출을
정부에 촉구하는 등 사건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정부 차원의 대책을 강구중
이다.

반면 야당은 안보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여권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소위 "공안정국"을 조성, 한보사건을 희석시킬수도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
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귀순자 보호대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정부측에 국민불안 해소에
만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야권에는 안기부법 개정취지에 적극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홍구 대표는 17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외국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전쟁
발발 가능성을 대단히 높게 보고 있다"며 "그런데도 우리는 한보사태 이외
에는 아무 것도 없는양 너무 무감각하다"며 야당측을 간접 겨냥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부터 각성하고 국가 사회분위기를 이끌어 가는데 정확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며 안보문제의 심각성을 재삼 강조했다.

김철 대변인은 고위당직자회의 직후 "무엇보다 국민의 안보의식 제고에
앞장서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며 "이번 국회에서 야당이 간첩잡는
안기부법의 무효를 주장하거나 시행보류를 획책하는 일을 다시할 경우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회의는 이날 김대중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간부회의를 열고 최근 황비서
망명후 제기된 안보문제를 집중 논의, 임시국회의 장이 마련된 만큼 국회
차원에서 여야가 안보문제 전반을 신중히 다루어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조세형 총재 권한대행은 "이한영씨 피습사건에 대해 북한은 마땅히 규탄
받아야 하며 정부는 범인검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 정부의 공안
태세 헛점을 지적했다.

국민회의는 그러나 황비서 망명사건과 이씨 피습사건이 공안정국으로 이어져
국회의 안기부법 개정논의 과정에서 여당쪽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자민련 안택수 대변인은 "우리당 김종필 총재는 이미 오래전부터 경찰의
대공수사능력 강화를 요구해왔다"며 "이씨가 피습당한 것은 대공문제에
관한한 경찰은 완전히 국외자라는 의미"라며 현 정부의 대공태세 미비를
집중 지적하고 나섰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