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의 "한국행"은 무사히 이뤄질수 있을 것인가"

세계적인 사건으로 떠오른 북한 황장엽 노동당 국제담당비서의 한국망명
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의 이목은 황의 "북한탈출"이 성공할수
있을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황의 한국행에 대한 열쇠를 쥐고있는 중국측의 태도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의 "한마디"가 황의 생사를 가를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황의 망명직후 북한이 "납치극"을 주장하고 나온 터여서 사태의
긴박감을 더하고 있다.

중국과 황을 사이에 두고 남북간의 힘겨루기 양상이 전개되고 있어서다.

더구나 황이 망명을 요청한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중국측이 아직까지 명확한
태도를 밝히고 있지 않아 궁금증은 더해가고 있다.

현재로선 중국이 황의 망명이 가져올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황의
망명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당분간 추이를 관망,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남북한 양측으로부터 집요한 외교공세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중국은 황의
망명동기와 진위파악, 신병처리문제 등 절차상의 이유를 들어 최대한 시간
벌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황의 망명요청을 인정하고 황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 한국행을
허가한다면 문제는 쉽게 끝난다.

이 경우 황은 곧바로 우리측에 신병이 인도돼 한국으로 직행할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중국이 황의 직행을 허가하기에는 져야할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특히 혈맹관계를 맺어온 북한과의 관계를 의식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따라서 황의 망명은 중국의 "최소한의 개입"이나 "불개입"의 상태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망명사건 자체가 장기화될 것 이라는 해석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국이 비록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당사국이긴 하지만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감안, 황에 대해 순순히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우리정부는
유엔난민고등판무실(UNHCR)을 활용, 국제적인 절차에 따르든지 홍콩 등
제3국을 통해 황을 입국시키는 방안을 고려할수 있다.

중국이 황에 대해 "난민 지위"를 인정할 경우에도 중국은 직접 황에 대한
망명의사및 동기 등을 조사하기 보다는 유엔난민고등판문관 등 국제기구를
통해 황에 대한 조사를 하게 할 공산이 크다.

이는 중국이 황의 망명사건에 직접 개입한다는 인상을 북한에 주기 않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중국이 황에 대해 난민 지위 등을 부여하지 않은채 제3국으로
추방하는 방안을 상정할수 있다.

중국은 탈북자들의 망명을 거의 허용하지 않고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우리정부는 제3국을 경유해 황일행을 한국으로 데려올수 있다.

결국 황의 한국행에 대한 결정적인 열쇠를 쥐고 있는 중국이 이번 사건
처리에 있어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기 때문에 황의 망명은 장기화국면
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시각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따라서 우리정부로서는 중국을 포함 미국 일본 등 주변국과 세계 각국에
황이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리고 국제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모든 외교역량을 총동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