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12일 한보사태와 관련, 김우석 내무장관과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인
신한국당 황병태 의원이 검찰에 전격 소환된데 이어 일부 언론을 통해 5선인
김정수(신한국당) 김상현 의원(국민회의) 등의 수뢰설이 추가로 제기되자 큰
충격에 휩싸인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은 특히 검찰수사가 여권의 핵심인 민주계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핵심
실세들에까지 수사가 확대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하면서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은 또 여권에 대한 검찰수사의 수위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고 있음에
비추어볼때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의 중진인사들도 대거 다칠 수밖에
없으며 수뇌부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관련, 국회쪽에서는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거명되지는 않고 있는 민주계
핵심실세들과 야당총재 1명을 비롯한 중진의원 10여명이 사법처리될 것이란
내용의 괴문서까지 나돌고 있어 "한보 회오리"가 이번 사태의 최대 고비로
예상되는 이번주말까지 어떤 양상으로 번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한국당은 검찰이 민주계 중진인 현직 내무장관과 국회 재정경제위원장을
직접 소환하는데까지 이르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신한국당 일각에서는 김장관과 황의원도 정재철 홍인길 의원의 경우처럼
검찰소환된뒤 곧바로 사법처리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당의 존립기반까지
와해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홍구 대표는 이같은 기류를 의식, 이날 당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여당
대표로서 지금처럼 무거운 책무와 의무를 느끼는 시기는 드물다"면서 "어려운
때일수록 단합해서 난관을 극복하자"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김덕룡 의원은 신상발언을 통해 "당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고 운을 뗀후 "외압과 비리의 실체를 밝히는 것이 수사의 목적인데 마치 마녀
사냥을 하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며 "음해설을" 거듭 제기했다.

김의원은 "수사의 목적이 흐려지고 검찰수사에 대한 보도 경위도 의심하지
않을수 없는데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면서 "단순히
반사이익을 챙기기 위해 수사과정을 악용하고 있는 세력과 맞서 싸워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대표는 김영삼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을 앞두고 김윤환 고문과 가진
조찬회동에서 노동법 파문에 이은 한보 파문에 대한 당대표로서의 참담한
심경을 토로하면서 김고문이 파문수습을 위해 적극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김고문은 "사태를 책임지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개탄하면서 "한보철강
을 허가해줄 당시의 정책적 판단에 대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회의 자민련 등 야권은 12일 검찰이 한보수사를 짜맞추기식으로 조기
마무리하려 한다고 분석하고 철저한 수사와 청와대 등 여권핵심부의 책임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야권은 특히 오는 17일 임시국회가 열림에 따라 한보의혹을 국정조사특위
활동을 통해 최대한 밝혀나간다는 계획아래 대책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국민회의는 권노갑 의원에 이어 김상현 의원의 연루설이 제기되자 검찰수사
를 또다른 은폐 축소 물타기 수사라고 몰아붙이며 위기탈출을 시도했다.

국민회의는 김대중 총재의 최측근인 권의원과 당내경선을 준비해온 김의원이
한보사태와 관련해 지목된 배경에는 야권 단일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고
있는 국민회의측 위상을 깎아내려 정권 재창출을 도모하려는 여권핵심부의
"음모"가 개입돼 있다는 분석에도 유의하는 분위기다.

아무튼 국민회의는 여야 합의로 오는 17일 열기로 한 임시국회를 대여공세를
강화하고 여권의 압박을 완화할수 있는 완충공간으로 보고 이 공간을 활용,
검찰의 초점흐리기 수사를 폭로하는 한편 여권 핵심인사들의 연루 의혹을
"증거"를 통해 사실화해 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지난 11일 권의원의 검찰소환 불응 등이 결과적으로
악수였다고 자체 평가하면서도 임시국회를 돌파구로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국정조사특위 대책마련에 당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자민련은 소속의원들의 연루사실이 드러나지 않자 "우리 당은 무관하다"며
국민회의측과의 "한보 공조"가 다소 불만인듯한 표정이었다.

일부 당무위원들은 이날 당무회의에서 지난 11일 합동의총에서 국민회의
권의원의 한보관련 신상발언을 자민련의원들이 함께 듣고 그의 검찰소환 불응
결정에 동참했던 점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한영수 부총재는 특히 "이번 임시국회는 한보사태로 인한 국가위기 극복의
장, 정치신뢰 회복의 장, 그리고 자민련 위상제고의 장이 돼야 한다"며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이같은 3대 목표를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 주장했다.

자민련은 그러나 소속의원들이 한보 연루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국민회의와 거리를 두는 대응방식을 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 임시국회 활동을 통한 진상규명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