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 정재철.홍인길의원이 11일 검찰에 구속되면서 한보 특혜대출의혹
사건의 핵심인 대출 외압구도가 점차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 영장에 따르면 청와대 총무수석 출신의 홍의원이 한보철강 특혜대출과
관련해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홍의원은 산업은행 제일은행 외환은행등 한보의 돈줄격인 3개 은행 전.현직
행장들에게 대출 편의를 봐주라는 압력을 넣은 것으로 밝혀졌다.

"상도동계의 집사장"격인 홍의원의 정치적 위상에 눌린 은행장들이 정태수
총회장의 대출요구를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홍의원은 은행장들외에도 재정경제원이나 은행감독원등 감독 관청에까지
입김을 불어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자신의 "파워"덕에 그는 정총회장으로부터 4차례에 걸쳐 8억원을
받았다.

정의원과 국민회의 권노갑의원간의 연결고리도 흥미를 끈다.

정의원은 95년과 96년 국정감사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의
대한보 공세를 무마시켜달라는 부탁과 함께 정총회장으로부터 2억원을 받아
이중 1억원은 권의원에게 뇌물로 건넸다는 것이다.

정총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의 성격을 단순히 후원금조로 해명했던 권의원을
옴짝달싹 할 수 없게 옭아매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홍의원이 한보 커넥션의 정점으로 "전방위 로비"를 주도
했으며 정의원은 한보의 대정치권 로비의 매개역할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의 검찰수사를 종합해 본 것에 불과하다.

홍의원을 능가하는 여권 실력자가 배후에 자리잡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검찰의 현재 분위기로 볼 때 민주계 대선주자등 핵심실세들에게까지
수사의 칼날을 들이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검찰수뇌부의 한관계자는 "수사대상 정치인중 대선주자는 없지만 김대통령
은 팔다리를 잘라내는 아픔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실세"의 수준은 홍의원과 대선주자 사이 정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경우 김영삼대통령의 측근으로 정치적 영향력은 다소 떨어지는 원로급
의원이 대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추가소환 대상 정치인도 12일 오전 출두예정인 권의원을 포함해 3~4명선
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여야 의석비율은 신한국당 2~3명, 국민회의.자민련은 1명 내외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정태수 리스트"에 올라있는 나머지 30여명의 정객들
에게 완벽한 면죄부가 발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내주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시 돈은 받았지만 혐의사실이 입증되지 않은
정치인들의 명단이 공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형사처벌은 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 처벌은 감수해야할 상황인
것 같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