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한보 특혜대출의혹사건 수사가 막판 스퍼트 단계로 접어든
양상이다.

검찰은 11일 "초기소환=구속"공식에 한치도 어긋남 없이 신한국당 홍인길
정재철의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출두를 거부하고 있는 국민회의 권노갑의원에 대해서는 권의원이 계속
불응하면 법원으로부터 구인장을 발부받아 기필코 데려오겠다는 강경한
태세다.

물론 권의원도 하루정도 검찰조사를 받은 뒤 사법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검찰에 남은 과제는 정치인의 추가소환과 경제부처 전현직 고위
관료의 소환이다.

검찰은 이를 앞두고 지난 10일밤 한보부도사태 이후 잠적해 있던 정태수
총회장의 운전기사인 임상래씨를 전남 진도의 임씨 처남집에서 압송했다.

정총회장의 벤츠 승용차 기사로 정.관계 로비과정에서 현금이 든 사과상자
운반역도 맡았던 임씨로부터 정총회장이 좀체 입을 열고 있지 않은 고위
공직자명단을 받아내겠다는 계산이다.

검찰은 임씨 등을 통해 돈 받은 관료에 대해 보다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뒤 당진제철소 인허가와 관련돼 수뢰혐의를 받고 있는 현직 K장관을 빠르면
12일 소환하는 것을 시작으로 4~5명 가량의 전현직 경제부처 고위관료를
차례로 불러 올 방침이다.

관료에 비해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척돼 있는 정치인의 경우 이미 선별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에서 소환시기와 방법 등을 최종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추가소환 대상자는 권의원외에 최대 3~4명선이 될 것이란 예측이다.

여기에는 야권의 K,J의원 등 14,15대 국회 재경위와 통산위 소속 여야의원
2~3명과 일부 여권 중진의원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위 "실세"로 표현되는 여권 중진의원에 대해서는 "대선 주자까지 치고
들어간다" "수위조절이 있을 것이다"라는 식으로 설이 분분하다.

그러나 검찰수뇌부의 "수사대상 정치인중 대선주자는 없지만 김대통령은
팔다리를 잘라내는 아픔을 겪어야 할 것"이라는 말에 비춰 볼 때 "실세"의
수준은 홍의원과 대선주자 사이정도가 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 경우 김영삼대통령의 측근이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다소 떨어지는
원로급 의원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정.관계 인사중 검찰의 사법처리 대상자는 10여명 선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과 함께 "정태수 리스트"에 올라있는 나머지 40여명의
정객들에 대해서는 내주 검찰수사결과 발표시 명단이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

결국 형사처벌은 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치적 처벌은 감수해야할 상황인
것 같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