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의혹과 관련, 10일 오전 전격적으로 검찰에 소환된 신한국당 정재철
의원(69.전국구)은 김영삼총재와 이홍구대표에 이어 집권당의 공식 서열
3위인 전당대회의장이다.

강원도 고성출신으로 동국대 정치과를 나온 그는 지난 62년 보사부공보관
으로 관계에 진출한뒤 73년에는 재무부기획관리실장을 지냈다.

관계를 떠난 정의원은 75년 산업은행부총재를 거쳐 신용기금이사장(76년)과
한일은행장(79년)을 거쳤다.

지난 81년 11대때 속초.양구.인제.고성에서 지역구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한
정의원은 12대와 14대에 지역구, 15대에 들어서는 전국구로 원내에 진출한
4선 중진이다.

초선의원시절 이미 국회예결위원장과 재무위원장을 역임했고 뒤이어
정무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92년 대선때는 일찌감치 "김영삼후보 추대위원회"에 가담, 김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했으며 현정부출범이후 민자당의 중앙상무위의장에 발탁됐었다.

검찰의 소환통보를 전날 저녁에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의원은 이날 아침
당사로 출근, 아무 내색없이 고위당직자회의와 확대당직자에 참석했다.

그는 이홍구대표와 강삼재총장 등 신한국당의 극히 일부 고위당직자들에게
자신에 대한 검찰의 소환 사실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원은 확대당직자회의가 끝난뒤 곧바로 당사를 떠나, 홍인길 권노갑
의원외에 이날 소환예정된 "은행장출신의 또 다른 여권핵심"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 시작했다.

정의원은 14대 국회 전반기에 재무위원으로 활약한바 있어 한보사태가
터진 직후 정치권의 괴문서에 일찌감치 연루가능인사로 거명됐었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정의원이 한보의 배후로 의혹을 살만큼의 "실세"로
보지는 않고 있다.

금융계와의 오랜 인연으로 또 재무위원으로 있었기 때문에 "떡값" 정도는
받았을 것으로 치부돼 왔었다.

정치권의 이같은 시각은 지난번 "증권감독원비리"때 자신의 사위로 당시
재경원국장이던 한택수씨가 구속될 때도 아무 "힘"을 보여주지 못했던데
기인한다.

정치권에서는 다만 정의원의 수뢰가 사실이라면 그가 평소 크고 작은
"부탁"들에 약했던 성품으로 "로비"에 말렸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정치성 자금을 받은 정치권인사중 민정계로서 외형상
"높은 서열"에 있는 그가 "끼워넣기" 당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