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10일 정재철.홍인길의원 등 두명의 신한국당 의원을 소환하면서
정계 수사의 막을 올렸다.

검찰의 첫 소환대상자가 된 이 두의원은 그 경력이 말해주듯 여권의 거물
정객들임에는 틀림없다.

상도동계의 "집사장"으로 문민정부 출범시 청와대 총무수석에 낙점됐던
홍의원이 그렇고 4선의원으로 여당 전당대회의장을 맡고 있는 정의원의
정치적인 캐리어도 이에 버금가는 것이다.

또 11일 출두예정인 국민회의 권노갑의원도 지난 30년간 김대중총재의
오른팔 역할을 맡아온 인물이다.

검찰의 그간 발언을 고려할 때 이 세명의 의원이 사법처리될 가능성은
꽤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최병국 중수부장은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정치인에 대해서는 소환
사실을 공식확인해 주겠다"는 말로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를 암시하면서 특히
홍의원에 대해서는 "혐의가 짙다"고 못박았다.

검찰은 이들외에 은행장 출신의 국민회의 J의원 등 14,15대 국회 재경위.
통산위 소속 전현직 의원, 청와대.재경원.통산부.건교부.은감원 등의
장차관급 관료 등 10여명을 추가로 불러들일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이 이번 사건 수사에서 보여준 수순으로 볼 때 정.홍.권의원
외에 거물급 정치인이 추가로 소환되거나 사법처리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은행장 수사에서도 7명의 소환대상자중 1차로 소환된 신광식
제일은행장과 우찬목 조흥은행장만을 구속하고 나머지 행장들에 대해서는
"혐의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두 돌려보냈다.

여기에는 한보 사태로 우리 은행에 대한 국제 신용도가 크게 추락했다는
점을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점에 비추어 검찰주변에서는 이들 세명의 의원이 "한보 정객"의
상한선이 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외압여부를 수사하는 것이지 대선자금을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은 최부장의 말에서도 잘 나타나듯 여권의 대권주자나 실세 등에까지는
칼날이 닿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렇게 볼 때 검찰의 한보해법은 이 세명과 더불어 1~2명의 여야의원,
전직장관을 포함한 3~4명의 전현직 경제관료 등 7~8명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금주내 수사를 일단락지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경우 "대권주자 개입설" "젊은 부통령 개입설"과 같은 항간의 의혹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따라서 검찰이 1차 소환대상자에 대한 처리후 여론 등 주변상황의 추이를
봐가며 의혹 해소차원에서 일부여권 실세를 소환해 여진을 수습한다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되면 사법처리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정치적 파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