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의혹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이 금융권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하고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정치인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이 초긴장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여야는 검찰수사 방향으로 미루어 볼때 대선주자등 중진의원을 포함,
소속의원 상당수가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검찰수사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은 소환가능성이 있는 소속의원의 규모와 소환시기등을 사전탐지하기
위해 자체 정보망을 총동원하는 한편 한보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마련
에 부심하고 있다.

이에반해 야권은 검찰수사가 한보사태 초점을 흐리기위한 물타기전술로
보고 강력히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치인 소환과 함께 여야간 정치
공방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 여권 ]]]

신한국당은 이번주부터 시작될 정치인의 수가 몇명이 될지, 당내 예비
후보들도 여기에 포함될지 여부를 확인하느라 부산한 모습이다.

특히 홍인길의원의 경우 누가 왜 그의 이름을 검찰수사 초기단계에서
언론에 흘렸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일단 그의 검찰출두는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는 국민회의 권로갑의원이 수수사실을 시인함에 따라 홍의원 역시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일단 검찰에 출두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신한국당은 특히 검찰이 정치권에 대한 수사의 고삐를 늦추기는 커녕
이른바 홍의원 이상급에까지 수사망을 확대할 조짐을 보이자 이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에 난감해 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이번 사태에 대한 청와대쪽 기류를 살피면서 검찰 혹은 사정
당국 주변으로부터 흘러 나오는 여권내 대선예비후보 연루설, 여권 핵심
실세 개입설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 "검찰에 소환될 여야 정치인의 폭과 범위는 당으로서는 알길이
없다"며 "다만 검찰수사 분위기로 볼때 상당폭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과연 몇명의 정치인이 사법처리 대상에 오르느냐, 또 그 속에 얼마
만큼 중량급 정치인이 포함되느냐에 따라 정치권 지각변동의 범위가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당내 대선 예비후보중 한명이라도 검찰에 소환될 경우 여권의
차기대권구도 조정도 불가피한 것은 물론 당이 입을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정권재창출을 전면 재점검 보완해야 한다는 기류도 흐르고 있다.

더욱이 김영삼대통령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검찰수사를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신한국당은 어떤 형태이든 당의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신한국당은 이와함께 야당이 주초부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것에 대비,
임시국회 소집대책, 한보사태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등을 마련하는
한편 92년 대선자금을 겨냥한 야권의 공세에도 만반의 준비를 갖출 계획이다.

[[[ 야권 ]]]

국민회의와 자민련 역시 이번주가 한보정국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정치인 소환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양당은 11일 합동의원총회를 열어 검찰수사가 사태의 본질인 특혜대출
배후 규명은 소홀히 한채 수서비리때와 마찬가지로 "야당끼워넣기식"이나
"물타기"로 넘어갈 경우 범국민적 저항운동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양당은 이에따라 양당 합동조사위 실무조사단을 보강, 임시국회 국정조사
특위 가동에 앞서 의혹규명을 위한 기초조사와 관련자료 수집에 착수했다.

양당은 또 11일부터 13일까지 은행감독원 제일은행 산업은행등을 직접
방문하는등 한보사태 진상 규명에 주력할 방침이다.

양당은 특히 권의원의 한보정치자금 연루 표면화, 여권 대선예비주자를
포함한 여야중진의원들의 소환설등에 비추어 검찰수사의 칼날이 김대중
김종필총재도 겨냥하고 있다고 보고 괴문서등을 통해 거론되는 해당의원들은
물론 양김총재에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와관련, 김대중총재는 설연휴에도 모호텔에 머물며 공.사조직으로부터
보고되고 있는 한보관련 정보를 분석, 장단기 정국구상에 몰두하면서 수시로
측근들을 불러 한보로부터 금품 수수여부를 재확인하는등 바쁜 일정을
보냈다.

김종필총재는 설연휴내내 휴식을 취하는등 다소 여유를 보였으나 김용환
사무총장은 지역구에 머물면서 거액 수수설이 나도는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 충청권 소속의원들에 대한 점검에 나서는등 검찰수사에 나름대로 준비
하는 시간을 가졌다.

< 김선태.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