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핵심부는 한보의혹을 조기에 해소한뒤 당정개편을 단행, 차기대권
구도에 대한 윤곽을 제시함으로써 정국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내부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져 그 수순이 어떻게 가시화될지에 정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한국당 주변에서는 다음주중 한보의혹과 관련된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이뤄지고 그 이후 사법처리 대상도 결정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어 당차원의 징계조치가 이뤄지고 분위기 쇄신을 위한 대폭적인 당정
개편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개편의 폭은 당대표와 국무총리는 물론 당정의 핵심 포스트와 청와대
비서실까지 포함되는 대폭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정개편의 시기에 대해서는 그러나 이견이 없지않다.

오는 3월5일 실시되는 인천서구와 수원장안구 보궐선거에서의 선전을 위해
취임 4주년이 되는 오는 25일께 새 진용을 갖출 것이라는 추측과 선거후
적당한 시점에 개편할 것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나돈다.

당정개편이 늦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인사들은 선거전에 당정의 얼굴을
바꿨다가 두지역 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여권으로서는 엄청난 부담을 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김영삼대통령 재임기간중 사실상 마지막이 될 당정개편이 후계
구도 가시화문제와 맞물릴수 밖에 없다는 점을 또 한가지 이유로 들고 있다.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김대통령이 과연
이를 감수하겠느냐는 것이다.

당정개편이 늦어질 경우 시기는 3월말께 또는 5-6월께로 전망하는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여권의 "난국해소전략"과 관련, 신한국당 안팎의 최대관심사는 한보의혹
연루자의 징계범위다.

한보사태를 적정선에서 봉합할 경우 다음 정권에서도 재론될 가능성이
높아 김대통령은 말그대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긴 하다.

하지만 여권핵심인사들이 연루됐을 경우 그같은 극약처방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하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이 어떤 형태로든지 징계를 받을 경우 대체적인 윤곽이 잡혀가고 있는
여권의 차기대권구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올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나 징계여부는 김대통령의 결단사항에
속한다는 분석이다.

물론 현재까지 여권핵심인사들의 한보의혹 배후여부가 불투명해
김대통령이 모종의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한보건과 관련없는 정치자금 성격일 가능성이 높지만
여권핵심 일부가 국민적 비난을 면치못할 수준의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데는
별 이의를 달지 않고 있어 김대통령의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여권핵심인사들의 징계여부 못지않게 관심을 끄는 대목은 "유탄"을 맞을
일반의원들의 숫자다.

현재 여야 합쳐 5~6명쯤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하면서도 의외로 그 수가
늘어날지도 모른다며 검찰쪽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일부 신한국당의원들은 국민회의 권노갑의원의 경우처럼 자신들도
후원회나 대리인을 통해서 또는 직접 만나 얼마를 받았다는 사실을
사적으로는 밝히고 있다.

또 괴문서 등에 등장하는 인사들중 상당수 의원들도 소위 "대가성"이
없을지는 모르지만 돈은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기도
하다.

이들중 금품수수 액수가 몇천만원 정도 되는 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검찰의 소환장이 날아들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법처리가 되지 않더라도 소환되는 자체로 정치적으로는 치명타를 입기
때문이다.

또 설령 사법처리에서 벗어나더라도 당차원의 징계가 남아있다고 봐야
한다.

여권수뇌부는 법규정의 미비로 처리할 수 없는 경우라도 당차원에서
징계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권이 검토하고 있는 자체징계의 종류는 현정부 출범초기 공직자재산
공개때 부정축재의 혐의가 있거나 부동산투기 등으로 물의를 빚은 인사들에
대해 취한 의원직사퇴 공개경고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고위인사는 "징계조치를 수용하지 않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출당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대통령의 한보사태를 매듭짓기수준과 사법처리 내지
당차원의 징계범위 등에 대한 평가 뒤이어 단행될 당정개편에 따른 불만
등으로 신한국당 일부 세력들이 여권에서 이탈하는 형식의 소규모 정계개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엄청난 경제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한보사태가 정치권의 대변혁까지
촉발하는 사건이 될 것 같다.

< 박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