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한보태풍의 중심권으로 들어서고 있다.

국민회의 권노갑의원이 5일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1억5천여만원
을 받았다고 스스로 시인한데다 청와대 총무수석을 지낸 신한국당 홍인길
의원의 7억원 수수설도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어 은행장에 치중돼온 검찰의
한보수사가 정치권으로 급속히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일부의원들이 소위 "떡값" 명목으로 한보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시인한 적은 있었으나 권의원처럼 스스로 이를 밝힌 것은 한보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이를 계기로 정치권에 대대적인
사정바람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인다.

권의원은 정총회장으로부터 받은 돈이 조건없이 받은 "떡값"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이권에 개입했건 단순한 떡값이건간에 소문만 무성했던 한보의
대정치권 로비가 구체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은 이들의 특혜개입여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정치권으로
한보의 돈이 흘러들어간 것이 확인된 이상 여론을 의식해서도 정치권에
대한 수사를 서두를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더욱이 권노갑의원과 홍인길의원은 각각 국민회의 김대중총재와 김영삼
대통령의 최측근중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이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여야 할것 없이 정치권 전체에 사정한파가 밀어닥치는 것은
물론 이에따른 대대적인 정계개편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이 현재 소환대상으로 삼고 있는 정치인은 권의원을 포함, 1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정총회장은 3천만-5천만원을 건넨 정치인이
수십명이며 5-6명에게는 10억원가량을 제공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검찰의 금융기관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한 비자금 계좌추적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설 연휴직후부터 이들 정치인에 대한 본격적인 소환조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론 돈을 받은 정치인이 한보의 거액대출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는 이상 현행 정치자금법으로 돈을 받은 정치인을 처벌
하기는 곤란하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한보의 돈을 받아 검찰에 소환될 경우 정치인 개인은
물론 소속 정당은 정치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지 않을수 없게 된다.

특히 검찰은 대통령의 "전형적인 부정부패 표본" 발언과 관련 조사의
"성역"을 남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상당수의 정치인이 다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한국당 이홍구대표가 5일 당무회의에서 "우리는 지금 우리의 살을
도려내야 하는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정치를 이렇게 이끈 구지도자들은 반드시 정계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한보사태와 관련 소속의원들중 상당수가 다치게 될 것임을
각오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더욱이 권 홍 두의원중 한명이 다치게 될 경우 한보비리를 둘러싸고
상도동계와 동교동계는 상호 사활을 건 폭로전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6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