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과 국민회의 김대중, 자민련 김종필총재 및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가 21일 청와대에서 회동했다.

정국현안을 놓고 여야수뇌부가 자주 회동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우리
풍토에서는 곡절이야 어찌됐건 회담이 열렸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민들에게
상당한 기대감을 안겨줬다.

노동계의 파업이 이어지고 우리경제가 더욱 그늘을 길게 늘이는 순간에도
새벽 기습처리된 노동법을 놓고 "재개정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느니 "원천
무효화해야 한다"는 등의 실랑이만 벌이고 있는 정치권 때문에 국민들은
그동안 불안했었기 때문이다.

회담에서는 "국회에서의 재론"이라는 결실을 얻어냈다.

남은 일은 정치권이 무효여부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경제회생과 근로자의
불안감해소 등을 위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명분싸움만 계속하고 있다.

각당에서는 또 무슨 게임이나 한 것처럼 영수회담결과에 대한 이해득실
만을 따지는 웃지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파업정국을 촉발시킨 "변칙처리"에 유감의 뜻을 표해야 할 신한국당은
오히려 정국을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김대통령의 "결단"을 부각시키기 위해 특별당보 50만부를 제작, 전국 각
지구당에 긴급배포했다.

국민회의측은 김대통령으로부터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파업지도부에 대해
관용을 베풀겠다는 언질을 받음으로써 노동계에 "큰 소리"를 칠 수 있는
성과를 얻었다는 정치적 계산만 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자민련도 정부여당에 "강력히" 반발하는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반신한국당
정서가 강한 지역 및 계층의 득표기반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점을
즐기고 있는 눈치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해법을 풀어야할 정치권이 "표"만 계산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계와 재계를 모두 만족시키는 묘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다소 곤혹스럽
기는 하겠지만 정치권은 이제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정호 < 정치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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