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20일 전격 수용한 여야 영수회담은 일반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것이다.

지난 7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여야영수회담 수용 용의를 묻는 질문에 전혀
그럴 계획이 없다고 밝힌지 꼭 13일만에 완전히 입장을 선회, 특유의 정치
스타일을 그대로 재연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전 8시30분쯤 업무보고를 위해 본관에 올라온 김광일
비서실장에게 영수회담 수용의사를 밝히고 야당 총재들에게 이를 통보하도록
지시했다.

김실장은 이원종 정무수석에게 이를 알리고 이수석이 오전 9시15분쯤
국민회의와 자민련 총재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김대중총재와 김종필총재
에게 이같은 뜻을 전달해달라고 밝혔다.

청와대측은 국민회의 김총재와 자민련 김총재의 답변을 듣고 영수회담
개최사실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측에서 소문이 흘러나오자 답변이
나오기도 전에 서둘러 발표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송월주 조계종총무원장과 면담이 예정돼있었다.

따라서 영수회담을 수용하더라도 이날 오후나 21일께 발표될 것으로 예상
됐었다.

김대통령이 종교계 지도자들과의 연쇄회동일정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영수회담을 수용한 것은 김수환 추기경과의 회동결과가 좋지않게
보도된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제노동관련 기구들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도 새로운 노동
관계법에 우호적이지 않은 점도 상당한 작용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와함께 미국정부의 조언도 영수회담수용의 한 요인이 됐다는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