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이 17일오후 청와대에서 김수환추기경과 만남에 따라 이날
회동이 향후 정국에 어떤 전기로 작용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대통령과 김추기경의 요담은 당초 이날 청와대일정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이날오전 예정에 없이 윤여준 대변인을 청와대본관 집무실로
불러 김추기경과의 면담일정을 발표토록 지시했다.

김대통령은 취임후 지금까지 김추기경과 6차례 만난바 있으며 이중 2차례는
각계원로와의 대화의 일환으로,나머지 4차례는 단독으로 만났다.

윤대변인은 요담성사배경에 대해 "두분 모두 필요성을 느껴 (요담이)
이뤄졌다"고만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윤대변인은 "그러나 이날 만남을 각계원로의 대화로 확대 해석
하지 말아 달라"고 주문했다.

김대통령과 김추기경의 만남이 각계 원로와의 대화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것이다.

다시말해 이번 만남은 노동계 파업과 파업주동자들의 명동성당시위등
노동관계법 개정으로 야기된 일련의 시국상황과 관련해서 마련됐다는 뜻이다.

김대통령과 김추기경의 요담결과가 명동성당 파업주동자들에 대한 공권력
투입여부및 향후 노동계 파업에 대한 정부의 수습향방을 가늠하는 고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바로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된다.

김대통령은 노동계 파업에 대해서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파업주동자는 예외없이 법에따라 엄정 처리하고 노동투쟁을 정치투쟁화
하려는 움직임도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차제에 싹을 잘라내겠다는
것이다.

다만 일반 근로자및 국민들에 대해서는 노동관계법 개정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내력을 갖고 설득하는 한편 경제회생과 안보강화라는 국가 당면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게 김대통령의 일관된 소신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현시국상황에 대해 동요하는 모습을
보인적이 없다"며 "김대통령은 각계 요로와 청와대 비서실등 가용할수 있는
모든 채널을 통해 민심을 충분히 보고받아 현재의 민심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읽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은 결코 이번 파업 상황으로 그동안 구상해온
정국구도를 흐트러뜨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청와대 비서진에게도 동요
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일관된 정책을 추진하라고 독려한바 있다"고
소개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요담에서 김추기경의 의견을 충분히 경청한뒤 이같은
자신의 소신과 입장을 설명하고 종교계의 협조와 이해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통령과 김추기경의 만남은 우선 대화를 통한 정국수습의 실마리를
제공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수 있다.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