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홍구대표가 노동관계법 재개정의사가 없음을 거듭 밝힌
가운데 여권내 대권주자들이 잇따라 노동법 재개정이 필요하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 관심을 끌고 있다.

17일 박찬종고문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정리해고에 대한 불안감을 정치
권이 해소시킬 필요가 있고 복수노조에 대한 여러 견해들을 대화를 통해
수렴해야할 것"이라고 말해 노동법 재개정의 필요성을 간접 시사했다.

박찬종고문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이홍구대표와 강삼재사무총장을
만나 현상황 타개를 위한 자신의 입장을 건의한후 기자들과 만나 이처럼
밝혔다.

그는 노동법 재개정 여부와 관련, "당이 중대한 상황을 맞고 있는 만큼
내 생각을 얘기하지 않는 것이 도리이고 당내 균열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면서도 "당론도 만고불변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 재개정 필요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어 "여야가 입장이 다르지만 국가 경쟁력 훼손이라는 중대한 상황
을 맞아 사소한 명분에 고리가 매여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덕룡의원도 모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노동법을 시행하기 전이라도
여야간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노동관계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의원은 노동법 재개정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지금이라도 야당이
안을 가지고와 토론후 합의점을 찾는다면 노동법을 시행하기 전에라도 재
개정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누구의 잘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며 그러다가는 경쟁
력을 잃어갈 것"이라며 "이렇게 무책임하게 국가 운영을 방치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고문과 김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16일 이대표가 연두회견을 통해 "노동
법을 현재로서는 재개정할 의사가 없다"며 "당내에 이같은 입장에 이견이
없다"고 밝힌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더욱이 이들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이회창고문과 김윤환고문이 노동법
재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한데 뒤이어 나온 것이어서 노동법을 둘러싼 여권내
미묘한 갈등 기류가 점점 확대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특히 이같은 내부갈등이 수습되지 못하고 증폭될 경우 자칫 차기대권후보
경선정국과 맞물려 걷잡을 수 없는 당 결속력의 와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당내 경선주자들의 발언에 대해 한 당의 관계자는 "이대표가 연두
회견에서 야당의 재개정 주장까지 막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만큼 야당과
합의 여하에 따라 재개정의 여지를 남긴 것 아니냐"며 이들의 발언은 이같은
이대표 발언의 연장선상에서 봐야한다고 애써 의미를 축소시켰다.

그러나 당내에서는 이들 대권주자들 이외에도 노동법을 시행전이라도 재
개정해야 한다는 기류가 점차 확산되고 있어 향후 신한국당의 파업정국과
관련된 "집안단속"이 상당히 애를 먹을 전망이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