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이 16일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위원의 여야 3당 3역회의를
일언지하에 거부한 것은 한마디로 여권 제의내용이 선도가 떨어지기 때문
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대표의 제의가 개정된 노동관계법의 시행시점인 오는 3월1일 이전에
여야가 접촉, 노동관계법을 재심의 하자는 것이 아니어서 재심의를 요구하는
야권의 당론과는 궤도를 크게 달리하고 있다.

때문에 야권은 이대표의 제의가 지금까지의 야권입장에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고 과거 주장의 되풀이에 지나지 않아 난국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야권이 이대표의 제의를 수락할 경우 자기 모순에 빠진다는 점도 감안된
것 같다.

야권은 신한국당이 단독처리한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은 국회절차를 무시
했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주장하며 "정상심의"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안기부법 노동관계법 등 5개 개정법률이 국민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여부를 묻는 헌법소원과 헌재의 본안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5개 법률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야권이 헌법소원까지 낸 상황에서 사실상 개정된 노동관계법의 보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3당 3역회의를 가질 경우 당내외 반발을 감내키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이날 간부회의를 열어 이대표의 기자회견내용을 집중
논의한뒤 노동관계법과 안기부법의 재심의를 전제로 총무회담을 역제의한
것도 당론을 고수하겠다는 맥락이다.

야권이 신한국당의 제의에 순순히 나서지 않고 강경자세로 맞서고 있는
것은 현 시국이 여권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상황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신한국당 고문들이 신한국당 당론과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것도 야권의 강경자세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무엇보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여기서 밀릴 수는 없다"는 기세싸움이
야권의 강경입장에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여야간의 팽팽한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여야가 모두 대화를 제의했다는
공통점은 있다.

신한국당 서청원 총무는 한발 더 나가 "노동법 재개정이 불가하다는 것이
당의 현재 입장"이라면서도 "여야간 대화과정에서 야당측의 재개정 거론을
막을 수는 없다"고 말해 일말의 여야간 대화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17일 시국토론회, 18일 1천만서명운동, 20일
옥내규탄집회 등 대여투쟁일정을 계속 진행해 나간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여야 대화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