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이 7일 연두기자회견에서 야권의 영수회담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부함에 따라 여야관계는 앞으로 더욱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신한국당이 안기부법과 노동관계법을 단독 처리하면서 시작된 경색정국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여야 영수회담 성사가 선결조건이라는게 야권의
인식이었다.

특히 국민회의는 지난 6일 간부회의에서 개정 노동관계법의 원천무효라는
지금까지 당론에서 선회, 여야간 노동관계법 단일안 마련을 전제로 대화
재개를 시사하기도 했다.

신한국당도 지난 정기국회기간중 처리하지 못한 민생관련 법안 통과를 위해
야권과의 접촉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신한국당 총무단은 국민회의의 완곡한 대화재개 요구에 즉답을 하지 못한채
연두 기자회견을 통한 대통령의 의중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야간 공통의 대화재개 가능성은 김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나기가 무섭게
물건너간 분위기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7일 노동계 파업사태 확산조짐에 따른 양당의 입장을
조율할 목적으로 "반독재투쟁 공동위"를 열었지만 회의 분위기는 대여강경
투쟁 결의장으로 돌변했다.

연두 기자회견 분위기로 봐서 야권이 요구해온 영수회담 뿐만 아니라
노동관계법 재개정 주장은 전혀 먹혀들 것 같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기류를 감안할때 여야관계는 대화가 단절된채 철저히 대권쟁취
게임양상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김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여기기보다
"소수가 다수를 따라야 한다"는 식의 여당독주를 시사, 여야관계의 한냉전선
을 예고하고 있다.

여권은 야권과의 대화보다는 국회에서 표대결로 언제든지 이길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권재창출을 위한 대선프로그램 마련에 치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야권은 후보단일화 논의를 재촉하는 동시에 여권의 대선일정을 예의
주시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갈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김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북한체제변화와 대선일정의 상관관계를
묻는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회의 지도부는 대통령의 불분명한 언급이 "공작정치 플랜을 위해 뭔가
의중에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여권이 올해로 예상되는 북한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전후해 모종의 "작품"을
터뜨릴 경우 야권의 대선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수 있다는 점을 야권은
우려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북한변수가 야권에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을 감안
할때 더욱 그렇다.

국민회의 한 당직자가 "북한문제가 몹시 신경이 쓰인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월 8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