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대통령은 이번 APEC(아.태경제협력체)정상회의참석 및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3개국순방을 통해 경제실리 및 외교안보면에서
상당한 결실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방문에서는 경제세일즈외교의 지평을 확대했고,
미.중.일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한반도 문제를 집중 거론, 대북 공조
체제를 강화시켰다.

또 APEC정상회의에서는 APEC의 주도국으로서 첫번째로 기조연설을 하는 등
다자간 정상회의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경제적인 면에서 가장 커다란 성과는 한.베트남 경제협력관계를 강화,
우리기업들의 인도차이나지역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7천4백만이라는 우수한 인적자원을
보유한 인도지나반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심국가.

우리기업들의 새로운 수출 및 해외투자 대상국으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이번 방문을 통해 교역.투자 등 실질협력관계를 크게 증진시키고 우리
기업의 활동기반을 확대시켰다는게 동행한 경제인들의 평가다.

원자력협정과 증권거래소설립지원약정서를 체결했고 외환은행과
한일은행의 하노이지점개설을 약속받았다.

또 베트남으로부터 한국전용공단건설지원 등 한국기업의 기업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베트남의 사회간접자본 건설
사업에 우리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하는 등 투자여건이 크게
개선됐다"며 "한국과 베트남은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로 협력가능성이 어느
국가보다도 높다"고 강조했다.

말레이시아와의 정상회담을 통해서는 최근 말레이시아정부의 한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해소, 우리업체의 진출기반을 강화시킨 점이 커다란 성과로
꼽힌다.

말레이시아는 소득수준과 소비패턴 고급화로 수요가 증대되고 있는 승용차
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의 수출이 기대되는 시장.

만성적인 대일무역적자로 수입선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에서
김대통령의 방문이 이뤄져 수출기반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말레이시아정부의 비우호적인 태도로 애를 먹었던 건설시장
진출에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외교안보측면에서는 마닐라에서 가졌던 미.중.일연쇄회담을 통해 대북
공조체제를 재확인하고 우리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그동안 이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던 대북
정책에 관해 입장을 조율, 양측이 모두 잠수함사건의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우리가 "수락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북한에 공동으로 촉구했다.

북한이 잠수함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약속 없이는 절대 마무리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선사과 후 4자회담"이라는 기존입장에서 후퇴한 것이 아니냐는
일부시각도 있는게 사실이다.

김대통령은 이에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며 북한이 4자회담에 나와 사과와
재발방지약속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길을 열어줬다고 강조했다.

주변국들과의 연쇄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긴장사태에 관한 해법을 찾았고
우리기업들이 해외진출기반을 확대.강화시켰다는데 이번 순방의 의의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 콸라룸푸르 = 최완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