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밀가루 제공설"의 진상여부를 가리기 위한 소위구성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여야는 23일에 이어 휴일인 24일에도 3당 총무간
비공식 접촉을 가졌으나 별다른 성과없이 끝나 예산국회 파행이 주초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따라 26일로 예정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준동의안 처리및
예산안 부별심사는 물론 12월2일이 시한인 예산안 심의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재로선 21일 정회된 예결위가 25일에 개회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밀제공은 사실무근"이라는 김광일 청와대 비서실장과
한승수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의 답변에 대한 진위 여부를 조사하는
소위구성을 예산안심의와 연계하려는 입장이다.

이해찬 국민회의예결위간사는 "북한에 밀가루를 보낸 송장을 갖고 있다"며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진상이 가려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정부측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만큼 진상조사는 검찰에서
할일이고 예산심의는 예산심의대로 해나가야 한다며 조사소위 구성에 반대
하고 있다.

20분만에 끝난 23일 총무접촉후 신한국당 서청원 총무는 "야당이 갖고
있다는 송장을 보여주기라도 하면 모르나 보여주지도 않고 조사소위를 구성
하자는데는 동의할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서총무는 "정부가 밀을 보냈을 가능성은 0.01%도 안된다"고 전제, "예결위
는 예결위대로 속개하고 밀가루문제는 통일외무위원회에 넘겨 논의한후
조사소위 구성여부를 가려야한다"며 야당의 주장에 동의할수 없다고 말했다.

야권이 예산심의 막바지에 "밀가루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사실 자체의
진위여부도 중요하지만 이를 예산심의와 연계해 제도개선특위 법안 협상에서
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정치권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야당은 국민여론등을 감안, OECD비준안 처리를 여당과 합의했지만
막상 그 대가로 얻은게 별로 없다는 소리가 야권 주변에서 흘러 나왔던게
사실이다.

제도개선특위 활동을 30일까지 마무리키로 여당과 합의했지만 이후 여당이
제도개선특위에 임하는 태도가 만족스런 수준에 이르지 못하자 이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여당압박용"으로 들고 나온 카드라는 것이다.

실제 제도개선특위 쟁점법안중 여야간 이견이 별로 없는 국회법을 제외한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방송법등 주요법안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야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중위 제도개선특위 위원장은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달리 아직
여야간에 명확하게 합의된 것은 없다"며 "신한국당은 공보처폐지를 전제로한
방송법 개정안을 받아들일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정당법은 특위가 아닌 상임위에서 처리키로 했다고 말해 야당의
쟁점법안에 대한 야당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유야 어쨌든 OECD비준안 처리합의로 성숙된 모습을 보여줬던 여야가 또
남은 회기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