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은 귀신이 아닙니다"

자민련 예결위 간사인 이인구의원이 7일 95년도 세입세출 예산및 예비비
승인에 앞서 수박 겉핥기식 예산결산 과정을 비판하며 터트린 분통이다.

이의원이 예결위에서 울분을 토로한 내용은 이렇다.

정부가 지난 1년간 사용하고 관리한 예산은 무려 1백10조4천억원(일반회계
51조5천억원, 특별회계 38조1천억원, 기금총액 21조8천억원).

정부가 1백10조원의 예산을 사용한 내용을 적은 결산 관련문서를 차곡차곡
쌓으면 1m30cm 정도 된다는게 이의원의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방대한 문서가 예결위원들에게 도착하는 것은 회의가 열리기
열흘쯤 전이다.

막상 예결위가 열리더라도 첫날은 정부의 제안설명및 보고를 받는데 하루를
보내고 의원들의 질의및 심의는 3일만 허용된다.

사실상 예결위원들은 관련문서를 제대로 대조해 보지도 못하고 나흘만에
지난해 결산안과 예비비를 승인해주는 꼴이다.

이의원은 이를 두고 "결산안과 예비비를 3일만 심의하고 승인한다는 것은
정부에 최종 면죄부를 찍어주는 절차"라고 꼬집었다.

이의원이 목청을 올리자 상당수 예결위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의원이 예결위의 맹점을 지적하기 전에도 나오연(신한국당) 이석현
(국민회의) 제정구의원(민주당) 등 결산안및 예비비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정책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대부분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갔다.

특히 나의원은 감사원은 제대로 결산감사를 했냐고 추궁, 이시윤 감사원장
으로부터 "항목별 감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다.

예결위원들은 현재 예결위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회내에
심계국과 예산국 신설 <>예산특위와 결산특위를 분리, 상설하는 대안을 집중
제시했다.

한편 자민련은 이날 국회 상임위에서 위법사항으로 지적된 예비비 전용 등
2백22개 항목, 약 3조원에 대해 감사원이 3개월 이내에 특별감사를 벌여
국회에 보고하지 않을 경우 금년도 세출결산안에 대한 예결위 의결을
거부키로 당론을 모으기도 했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