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건설교통부에 대한 국회건설교통위의 국정감사에서는 공사비를 골프
회원권으로 대물변제하는 사례 등 복마전같은 건설현장의 하도급 비리가
낱낱이 공개됐다.

이윤수의원(국민회의) 등은 이날 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삼보지질
세화토건 덕안건설 등 전문건설업체, 원청건설회사인 금호건설및 전문건설
협회 공정거래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불공정 하도급 실태를 집중 추궁했다.

이의원은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중소건설업체들이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으로 당하는 피해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증인들을
불렀다"며 증인신청 경위를 설명한후 부당하도급 사례를 검증해 나갔다.

첫번째 사례로 거론된 금호건설의 경우 (주)거평으로부터 거평유통센터
신축공사를 수주한후 토공및 흙막이 공사에 대해 세화토건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다.

금호건설은 세화토건에게 현장설명을 하면서 양질의 모래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잔토처리비는 모래를 팔아 상계처리토록 했다.

그러나 세화토건 강대엽사장은 증인답변에서 "모래가 하나도 안나와
잔토처리비 18억원을 자체 부담했다"고 밝혔다.

금호건설은 또 거평유통센터신축 골조공사를 현창건업에 맡기면서 골프
회원권으로 공사대금을 지급했다.

금호건설은 현창건업이 부도나자 도급한도액이 2억원에 불과한 덕안건설에
54억원 상당의 공사를 하도급 했다.

금호건설은 서울지하철 5호선 공사중 지질조사공사를 삼보지질에 하도급
했다.

이 과정에서 금호건설은 계약과 동시에 하도급업체에게 줘야 하는 선급금을
지불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성공사액 82억원중 절반만 정산했다.

이에 대해 금호건설측은 "도급한도액을 넘긴 공사를 맡은 하도급업체가
법을 위반한 것이며 거평공사현장에서는 7만루베의 모래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또 "골프회원권은 홍보차원에서 구매를 권유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상당수의 하도급업체들은 부당하도급거래에 대해 원청업체에게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향후 공사를 따내지 못할 것을 우려, 적극적으로
항변하지 못한 것으로 이날 국감에서 드러났다.

의원들은 부당하도급거래에 대해 공정거래위가 고발을 접수하고도 제때에
처리하지 못한 이유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러자 공정위는 "계약상에 없는 원청-하도급업체간 구두약속을 법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건교위는 증인심문을 마친후 "하도급비리가 특정 건설회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하도급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한 부실공사를 영원히 추방할수
없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하도급법 개정작업에 나서기로 했다.

< 김호영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