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총재가 12일로 예정된 대전방문을 갑자기 17일로 연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총재는 당초 12일 자신의 정치적 텃밭인 대전에서 대전 충남 시.도
의원들과 만찬간담회를 갖고 대선행보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간담회 장소인 대전 유성관광호텔은 김총재가 지난 95년 1월 민정당을
탈당한 이후 자민련을 창당하는 과정에서 대전.충남 시.도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던 곳이다.

김총재는 또 올해초 4.11총선 등 "대사"를 앞두고 대전.충남 시.도의원들과
이 곳에서 자리를 함께했었다.

김총재가 정치적 결단을 내릴 때마다 그의 행보에 힘을 실어 주었던
자리였기에 김총재의 이번 방문은 남다른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이번 간담회의 주제가 "현시국의 진단과 당의 진로모색"이라는
점에서 알수 있듯이 대선을 겨냥한 JP의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요구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일부 인사들은 "신한국당의 대권후보군과 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대권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총재의 강력한
대권의지표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제기할 예정이었다.

자민련측이 밝힌 연기이유는 두 가지.

우선 참석 예정이던 홍선기 대전시장이 서울에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
불참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대전시장없이 대전에서 시.도의원 간담회를 가질 경우 괜한 구설수에
시달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대전.충남지역의 분위기 과열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간담회를 건의한 충남도지부는 시.도의원들은 물론 열성 청년및
여성당원들까지 만찬장에 초대하고 "충청도가 똘똘 뭉쳐 JP를 대통령으로"
라는 내용의 플래카드까지 내걸 예정이었다.

안택수대변인은 "현지 분위기가 너무 과열돼 있어 자칫하면 조기에 대선
열기를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며 "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방문을
연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당고문인 김용채 전의원이 야권의 연합공천을 받아 출마한
노원구청장 선거일인 12일에 대전에서 "대권후보"로 추대될 경우 국민회의
와의 야권공조에 균열이 생길수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대권도전의사를 간접적으로나마 여러번 피력한 바 있는 김총재가
17일 대전방문에서는 "JP 홀로서기"를 열망하는 지역여론을 어떻게 수용할지
관심거리다.

< 김태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