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김대중총재가 5박6일간의 호주 방문일정을 마치고 5일 귀국한다.

이번 호주방문은 무엇보다 자신의 네번째 대권도전을 둘러싼 국내의
정치적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대권외교"의 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김총재는 이번 방문에서 시드니대학 명예법학박사학위 취득을 계기로
정부및 정계 고위인사들과 잇따라 회동하는 강행군을 했다.

이런 김총재에 대해 현지언론에선 "민주주의의 챔피언"이라는 찬사를
보내며 큰 관심을 기울였다.

일단 "대권외교"라는 장정의 첫발을 내딛는데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라고 볼수 있다.

김총재 스스로 "이번 방문기간중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고 만족해하는
반응을 보여 앞으로 예정된 중국과 필리핀 등의 방문에 상당한 비중을 둘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총재의 이번 방문을 "거국내각체제론"의 확산과
연결짓는 시각도 강하다.

호주를 방문지로 택한것은 13년간 집권해왔던 여당(노동당)이 올들어
총선에서 패배, 정권이 자유당과 국민당의 야권연립 내각에 넘어간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김총재는 현지교민들과의 리셉션에서 "호주의 정권교체는 여당이
특별히 잘못했다기보다 국민들이 13년에 걸친 여당의 장기집권을 꺼린 것이
큰 원인"이라면서 "우리는 거의 50년동안 여당이 집권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의 불가피성을 부각시켰다.

김총재는 또 이 자리에서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라 충청 강원
제주 등 어느 곳으로든 정권교체를 이뤄 2~3년간 거국내각제를 해야 한다"
며 자신의 대권논리인 "거국내각체제를 통한 지역간 정권교체론을 거듭
피력했다.

호주방문을 계기로한 김총재의 "시드니구상"이 귀국후 어떻게 구체화될지는
미지수이지만 6일 국민회의 창당1주년 기념식연설을 통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 시드니=문희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